16. 이승철 선생님
이승철 선생님,
아버지의 오랜 친구이자 향토문화 연구에 오롯이 품고 살아오신 분.
그분께서 내 투병기를 읽으시고 편지를 보내주셨는데 이제야 받아보았다.
“괜찮니? 괜찮아!”
내가 살아내며 써 내려간 그 시간들, 그 무거운 기록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아버지의 마음으로 읽으신 것 같다.
글귀마다 밑줄을 긋고, 색연필로 표시를 하고,
마치 내 고통을 함께 나누듯, 한 글자 한 글자에 마음을 실으셨다.
페이지마다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 흔적은 독자의 표식이 아니라, 한 사람의 진심이었고,
무언의 기도처럼 느껴졌다.
내 책을 이렇게까지 읽어주는 이가 또 있을까?
그 정성 앞에 마음이 먹먹해졌다.
이번에 본가에 내려가면 꼭 선생님을 찾아뵈어야겠다.
책을 읽는 손길에도, 보내온 말 한마디에도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따뜻하게 담길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선생님을 통해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