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건선
신체에 아무 변화 없이 살아가는 삶은 얼마나 평온할까. 얼굴에 여드름 하나만 나도 신경이 쓰이는데, 내 두피엔 가려움과 낭종이 생기고, 배와 등, 다리, 심지어 손바닥까지—얼굴만 빼고 온몸이 울퉁불퉁 자갈밭처럼 변해버렸다.
그나마 얼굴에는 나지 않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배의 어느 한 곳이 가려워 손이 닿기 시작하면, 그 주변이 또 가렵고, 결국엔 배 전체를 긁어야 시원해진다. 그러고 나면 따갑고, 피가 나고, 후회가 밀려온다. ‘긁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들지만, 그 순간의 참을 수 없는 가려움은 쉽게 이성의 조언을 무너뜨린다.
증상이 심해져 다니던 병원에 연락해 진료 일정을 앞당기려 했으나, 예약된 환자들로 인해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대신 병원 근처의 내과를 소개해 주었지만, ‘굳이 거기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싶어 동네 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연고를 처방받았다.
2주 정도 꾸준히 바르니 조금은 나아지는 듯했지만, 다시 가려움이 찾아오고, 피부에는 붉은 반점이 생기며 시간이 지나면서 하얀 껍질이 일어났다. 마치 뱀이 허물을 벗는 듯한 모습이었다.
결국 소개받은 내과를 찾아갔는데, 이곳은 항암치료 후 부작용을 겪는 환자들이 자주 찾는 곳이었다. 진료 후, 내 상태는 항암 때문이 아니라 ‘피부전문의’를 찾아가 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여러 곳을 수소문한 끝에 피부과 전문의를 만나 진료를 받았고, 두피와 배, 등을 살핀 후 의사는 단번에 '건선'이라고 진단했다.
1주일치 약과 연고, 항문 전용 연고까지 처방을 받아 사용하니 상태가 조금 호전되었고, 다시 1주일치 약을 추가로 처방받아 왔다.
그동안 나는 항암치료의 후유증일 거라고 짐작했지만, 건선은 항암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한다. 그러나 건강하던 피부에 이상이 생긴 걸 보면 모든 게 완전히 무관하다고는 믿기 어렵다.
요즘은 앉았다 일어설 때마다 손바닥이나 머리에서 떨어진 하얀 각질이 바닥에 흩어져 있어, 그걸 닦아내는 게 일상이 되었다.
레이저 치료를 받으면 효과가 빠르다고들 하지만, 아직은 그 정도 치료까지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
내일은 항암치료를 마치고 6개월 만에 처음 받는 추적검사 날이다. 피를 뽑고, 엑스레이와 CT 촬영을 한다. 그리고 일주일 후에는 담당 의사를 만나 검사 결과를 듣게 된다.
그동안 피부 문제 외엔 특별한 증상이 없었으니, 검사 결과도 좋게 나올 것이라 믿고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