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상

33. 삼천포 가는 길

by 큰나무

삼천포 가는 길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친구들 모임에서 삼천포 여행 계획이 있다고 전해왔다. 나는 그 모임의 정식 멤버는 아니지만, 당연히 함께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별 고민 없이 "좋아, 가자" 하고 수락한 뒤, 오직 출발일만 손꼽아 기다렸다.


이번 여행은 1박 2일 일정이라 들었지만, 내가 타야 할 차는 1박 3일 일정이었다. 금요일 밤 10시에 출발하는 장거리 야행. 지난가을, 전어회 한 점 먹으러 친구들과 잠깐 다녀온 것이 전부였던 터라, 이번 여행은 왠지 모르게 마음 한편이 들뜨고 설레었다.


차는 최신형이었지만, 뒷자리에 세 명이 앉는다면 어떤 차든 불편함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여건이 그러하니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그렇게 시작된 장거리 여행은 시작부터 조금 힘겨웠다.


밤길을 달리며 친구들은 캔맥주를 하나둘 따기 시작했고, 덕분에 휴게소를 자주 들렀다. 새벽 3시 반쯤, 삼천포에 도착했을 무렵엔 마땅히 할 일도 없었다. 우리는 그대로 삼천포항으로 방향을 틀어 새벽시장을 구경했다.


시장 사람들은 대부분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었고, 그중에도 특히 새벽을 여는 할머니들이 인상 깊었다. 이 시간에도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절로 경외심이 들었다.


우리는 시장에서 소라, 한치, 멍게를 사들고 숙소로 향했다.


그 숙소는 친구의 친구가 고향 삼천포에 지은, 새로 신축한 집이었다. 방이 넷, 로비 같은 넓은 공간에는 식탁을 여러 개 이어 붙였는데, 열두 명이 둘러앉아도 남을 만큼 여유로웠다. 거기서 소라와 한치를 삶고 멍게를 손질하며 또 한 잔, 또 한 잔. 친구들의 술자리는 새벽부터 다시 시작되었다.


나는 햇반을 데워 김치 한 조각, 그 위에 소라와 한치를 얹어 조용히 한 끼를 해결했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와 잠시 눈을 붙였다.


잠결에 문이 열리고, 새벽에 출발한 친구들이 도착했다. 눈을 뜨고 나니, 어느새 식탁엔 회 종류가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또 한바탕.

낮인지 밤인지 모를 술잔들이 오갔고, 소주며 양주며 빈 병은 여기저기 나뒹굴었다. 익숙한 친구들이지만, 그 시끌벅적함은 여전했고 주량도 도무지 줄지 않았다. 세상의 끝인 듯 부어라 마셔라, 준비된 술은 금세 바닥이 드러났다.


오후가 되자 우리는 삼천포의 명물,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한낮의 더위에도 케이블카를 타려는 사람들은 길게 줄을 늘어섰고, 우리도 그 줄 끝에 섰다. 땀을 식히며 기다린 끝에 탑승. 비록 다른 지역의 케이블카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삼천포 앞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들을 내려다보는 풍경은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정상 전망대에 올라 내려다본 삼천포.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풍경은 아름다웠지만, 뙤약볕에 지친 친구들 사이로 뜻밖의 제안이 나왔다. “당구장이나 갈까?”

삼천포까지 와서 당구장이라니. 실망의 기운도 있었지만, 결국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몇 팀으로 나누어 경기를 했지만, 내심 기대했던 타이틀전은 끝내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저녁엔 찜통 속 고기를 푹 삶아 푸짐한 한 상을 차렸다. 또다시 술잔이 오가고, 다시 한바탕 잔치가 이어졌다. 나는 조용히 방구석을 차지하고 뉴스를 보다, 어느새 잠이 드는 듯했지만 시끄러움에 잠을 설친다.


다음 날 아침. 간단히 식사를 마친 후, 교통이 밀린다며 한 팀이 먼저 떠났다. 우리 차는 이름난 삼천포 용궁시장에 들러 건어물과 젓갈을 사고 나서야 출발했다.


짧지만 길었던 여행. 몸은 피곤했고, 체력은 바닥났지만 어쩐지 마음 한편은 텅 빈 듯했다.

술을 끊고 나니, 예전과 같은 친밀감은 조금씩 희미해졌다. 친구들과의 거리감이 멀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도 마음속 결심은 여전하다.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더라도,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그런데… 정말 내 마음은 흔들리지 않을까?

내가 내 마음을 믿어야지 누가 믿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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