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상

34. 누렁이는 보이지 않는다.

by 큰나무

뙤약볕이 내리쬐는 요즘, 너무 덥다.

둘레길을 오르락내리락 걷다 보면, 어느새 발끝이 돌부리에 채이기도 하고, 졸졸 흐르는 계곡물에 발가락을 적시며 잠시 숨을 고르게 된다.


오늘은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살랑이는 바람이 옷깃을 스쳐 지나간다. 인공의 에어컨 바람보다 더 깊은 시원함이다.


1만 보를 채우기 위해 자주 걷는 이 길의 끝자락에는 관음사라는 아담한 절이 있다. 절 언저리에는 제법 넓은 공터가 펼쳐져 있고, 나는 그 마당을 몇 바퀴 돌고 난 뒤 벤치에 앉아 땀을 식힌다.


그곳 담장 너머, 관음사 구석에는 한 마리의 누렁이가 살고 있었다.

작년에도 그 개를 보았다. 제법 큰 우리 안에서 포동포동한 몸에 윤기 흐르는 갈색 털을 지닌 녀석은 나를 보자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보살님들의 따뜻한 손길 속에서 잘 지내는 듯 보였다. 말은 없지만 눈빛만으로도 따뜻함을 전하던, 그 나름의 존재감이 있는 개였다.


하지만 올봄부터 녀석의 모습은 달라졌다. 몸이 야위어가는 듯했고, 거동도 한결 불편해 보였다. 가끔 담장 너머로 얼굴을 내밀어도, 늘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그래도 어슬렁거리며 걷는 모습만 보여도 마음이 놓였다. ‘아직 살아 있구나’ 하는 안도였다.


그러던 지난주, 아무리 담장 너머로 눈을 돌려봐도 누렁이는 보이지 않았다. 우리 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안에는 여름철 털갈이로 빠진 털뭉치들만이 구석구석 흩어져 있었다. 왠지 모르게 공터의 공기도 텅 빈 듯했고, 마음 한편이 싸해졌다.


오늘도 다시 담장 너머 우리를 살펴보았으나 어떤 낌새도 보이지 않아 이제 볼 수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 녀석은 아무 말 없이 그렇게 이 세상을 떠났을 것이다. 너무 오래 살아왔고, 이제는 다른 어딘가에서 부디 조용하고 평화로운 모습으로, 다른 시간 속에서 다시 태어나기를.


나는 여전히 이 길을 걷는다. 계절이 바뀌어도 바람은 불고, 길은 열린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다시 만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조용히 가져본다.

눈인사 하나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던 그 누렁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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