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야기

28. 3살처럼 되어 가시는 아버지

by 큰나무

“이게 뭐냐?”

아버지가 또 물으신다.

조금 전에도 같은 질문을 하셨기에 이미 대답을 드렸지만, 아버지는 그새 잊으셨는지 다시 물으신다. 세 번째까지는 그래도 웃으며 또박또박 대답을 드릴 수 있다. 그러나 더 물으시면 어느새 목소리가 높아지고, 짜증이 섞인 말투가 튀어나온다.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그러다 문득, 휴대폰에서 본 글귀 하나가 떠오른다.

마당에 날아든 새를 본 아이가 “저게 뭐야?” 하고 묻는다.

엄마는 “저건 까치야.” 하고 대답한다.

아이의 질문은 반복된다. “저게 뭐야?”

엄마는 매번 같은 미소로 대답한다. “그건 까치야.”

하루에도 수십 번 반복되는 질문. 하지만 엄마는 짜증도 귀찮은 기색도 없이, 오히려 더 다정한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본다. 아이는 그렇게 배우고, 부모는 그렇게 가르치며 우리를 키워주셨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어떤가.

잠시 잊어버려서 몇 번 물어보시는 아버지께 짜증 섞인 말투로 응답하고 있다.

“오늘이 며칠이냐?”

“너는 언제 가냐?”

어제도 물어보셨던 것을 오늘도 반복하신다.

아버지는 내가 조금이라도 더 있다 가길 바라시는 걸까.

매번 그런 물음에 선뜻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비 오니까 그냥 앉아 계세요. 곧 또 올게요.”

‘곧’이 언제일까.

날짜를 정확히 말해드리면, 그날만 손꼽아 기다리실 것이다.

곁에서 함께 지내는 어머니는 나보다 더 힘드실 텐데, 내색 한 번 없이 묵묵히 곁을 지키신다.

나는 그저, 지금 이 상태만이라도 오래 유지되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른다.


아버지의 기억은 점점 낮은 곡선을 따라 내려간다.

아버지가 세 살처럼 되시는 것 같다.

그런 아버지를, 어릴 적의 나를 키우던 그 손길처럼, 이제는 내가 보듬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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