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갑상선 진료보다 주차
병원에 가는 길은 언제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든다.
진료 예약 시간은 여유 있었지만, 도착하자마자 또 하나의 고난이 기다리고 있었다. 주차장.
본관 지하주차장은 혼잡이라고 표시되어 있어 한자리 정도는 나오겠지 생각하며 들어갔는데 빈자리는커녕 앞차들을 따라 빙글빙글 돌다가 나와야 했다. 거의 절반정도가 공사 중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암병동 지하주차장에 가봤지만 거기도 마찬가지였다. 그제야 옥외주차장으로 향했다. 몇 대 주차 가능하다는 전광판 숫자에 순간 안도했지만, 막상 올라가 보니 또 주차할 곳이 없다.
속이 답답했다.
“지하철을 탈 걸 그랬다...”
생각만으로도 시원한 지하철 공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진료 예약 시간은 점점 가까워져 오고, 마음은 점점 더 급해졌다. 그때, 저 멀리서 누군가 차에 올라 시동을 거는 모습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 자리는 전기차 충전 구역이었다.
‘주차하면 안 되는데...’
망설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오늘만, 잠깐만... 그렇게 스스로를 달래며 차를 대고, 정신없이 진료동으로 뛰었다.
진료실 앞 전광판에 내 이름이 떠 있었다. 대기 순번 두 번째.
재빨리 혈압을 재고, 키와 체중을 측정한 후 진료실 앞에 서자, 마침 간호사가 내 이름을 불렀다.
예약 시간은 이미 지났지만, 진료가 밀려 덕분에 나는 기다림 없이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조금 전의 마음 졸임이 무색해질 만큼, 이상하게 운이 따랐던 순간이었다.
항암치료 중 생긴 갑상선 호르몬 분비 이상.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6개월마다 검사와 처방이 반복되고, 나는 그에 익숙해져 간다.
1주일 전의 채혈 결과는 기준치보다 많이 부족했고, 오늘은 복용량을 늘린 처방전을 받아 들었다.
‘그럴 수도 있지’
크게 마음 쓰지 않았다. 이젠 이 모든 것이 그저 삶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진료를 마치고 다시 주차장으로 향했다. 전기차 충전 자리에 주차한 것이 마음에 걸려 걸음을 재촉했다. 다행히 충전 구역에는 여전히 빈자리가 많았다. 약간은 덜 미안한 마음으로 차에 올랐다.
지하주차장 공사가 끝나기 전까지는 아마 많은 환자들이 나처럼 주차에 애를 먹을 것이다.
예약 시간에 맞춰 도착했음에도 주차를 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게 될 그들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짠해진다.
병원까지 오는 길은 그 자체로도 쉽지 않은데, 진료보다 주차가 더 큰 걱정이 되는 현실이 참 씁쓸하다.
다음에는 꼭 지하철을 이용하리라 마음먹으면서도, 어쩌면 또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