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운동화를 반납하다.
얼마 전, 본가에 가는 길에 아버지를 위해 운동화를 한 켤레 샀다.
발에 꼭 맞고 가벼워서 병원에 가실 때나 시골에 들르실 때 신으시라고.
새 운동화를 신은 채로 마당을 걸어 다니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상상하며, 기분 좋게 상자를 들고 찾아뵈었다.
그런데 운동화를 꺼내 보이자 아버지는 미간을 찌푸리시며 말씀하셨다.
“뭐 하러 이런 걸 사 왔느냐.”
나는 조심스레 설명드렸다. 병원 가실 때나 외출하실 때 신으시면 된다고.
그러자 아버지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이제 운동화 신을 일도 없다. 도로 가져가거라.”
그래도 한번 신어만 보시라고 권해 드렸다. 양말을 신기고, 운동화를 신기니 발에 꼭 맞는다.
“가볍고, 좋네.”
말씀은 그렇게 하시면서도 다시 덧붙이신다.
“이걸 신고 나갈 일이 있나? 집 마당 왔다 갔다 할 땐 슬리퍼면 충분하다. 도로 갖다 줘라.”
나는 말없이 운동화를 다시 상자에 넣었다.
생각보다 훨씬 더 무거운 마음으로.
아버지는 이제 점점 걸을 일조차 줄어드는 삶 속에 계신다.
예전 같았으면, 새 운동화를 선물 받고 조심스레 발을 디뎌보며 미소 지으셨을 텐데.
이제는 걷는다는 행위 자체가 점점 더 먼 곳으로 밀려나고 있다.
서글픔이 가슴 한편에 찐하게 내려앉는다.
운동화를 반납하러 가는 길, 나는 새삼 실감했다.
인간은 누구나 생로병사의 길 위에 서 있다는 것을.
다만 그 길이 빠르냐, 더디냐의 차이일 뿐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