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환멸

by 이응사

눈알의 크기나 눈가에 생기는 잔주름, 맺히는 물방울과 간헐적으로 나에게 꽂히는 시선을 확인한다. 그것은 말의 한복판이나 말의 사이에서, 때로는 말이 부재한 아찔한 순간에 날아든다. 또 나는 목소리를 듣는다. 의미 깊은 단어를 감싸는 목소리와 그렇지 않은 목소리의 차이를 듣는다. 아연한 탄식이나 울먹이는 콧소리에 흠칫하고 만다. 계산된 웃음이나 머쓱한 분위기를 구원하려는 조심스러운 노력에도 귀를 기울인다.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부단히 애쓴다. 두 눈에 풍경을 남김없이 담으려 한다.


그러나 마침내 내 앞으로 펼쳐지는 전부의 모든 부분은 어딘가 불확실하고, 독선적이며, 심하게 왜곡되어 있다. 나는 그것을 공고히 할 생각이 없고,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다. 오열하며 졸도하기에까지 이르는 사람 앞에서, 무엇보다 분명하게 느껴지는 것은 다리의 뻐근함이다. 감각의 앞다투는 질주는 결코 내 안에서 완결되지 않는다. 그것들은 나를 통과하여 내가 인식할 수 없는 지평 너머로까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나는 이미 하나의 결승선에 서 있었지만, 지나가는 그 누구도 붙잡아 멈춰 세울 수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전부 보았다고 느끼고, 전부 알았다고 여긴다. 그렇게 일단락 짓는 일은 관습으로 사는 ‘나’의 추진이겠거니. 그러나 단 한 번의 의식의 추락이 일생의 추진에 제동을 걸어버렸다. 그 충격에 평생을 허덕이는 사람도 있는 반면, 아무렇지 않게 제갈길을 재촉하는 사람도 있다.


나의 경우. 나는 이해했을 때와 이해하지 못했을 때의 차이를 알지 못한다. 두 세계의 난투극(揉み合い)을 알지 못한다. 확실한 이해를 손에 쥐었으며, 동시에 텅 비어있는 양손에 동정의 시선을 보낸다. 조금 침통한 표정을하고, 그렇게 지나갈 뿐이다.


현명한 환멸. 빛이 세차게 밀려드는 독방과도 같은 상태에서만 다음의 일을 생각한다. 희망도 절망도, 경계도 사유도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순간, 그것들은 다시 희미하게 피어오른다. 그러나 이제는 너무도 피로하다. 나는 잠을 청한다. 감긴 눈꺼풀 안쪽에서조차 몇 개의 목소리가 여전히 서로를 갉아먹고 있지만, 나는 그것들을 끝내 구별하지 못한 채 잠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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