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란이와 순복이

by 주디스 홍


옥란이와 순복이

한동네 친구였던 남편들이

한날에 포탄 속으로 사라지고


남겨진 옥란과 순복은

같이 울고 등을 기대는

서로의 남편이 되어주었네


옥란은 깔끔쟁이 순복은 덜렁쟁이

투닥투닥하다가도 토닥토닥하는

속 깊은 동무되었네


눈물을 먹고 자란

남편 닮은 자식들은 옥수수처럼 쑥쑥 자라

도시로 도시로 가고


남겨진 옥란과 순복은

한 텃밭에 콩 심고 깨 뿌리며

한 밥상에 밥을 먹네

서로의 반찬이 되어주네


이제 구십밖에 안 됐다는 옥란과 순복은

간질간질 봉숭아물들이네

열손가락 다 들이면 부끄러워

딱 두 손가락만 들이네

아홉 살 설렘으로 기다리네


옛날이 어제 같은 옥란과 순복은

서로의 지팡이 되어

한날에 사이좋게

소풍 떠나길 바라네


몇 년 전 TV프로그램 <인간극장>에서 ‘옥란이와 순복이’ 이야기를 시청했습니다. 같은 날에 남편들을 전쟁으로 잃고 남겨진 할머니들은 서로 의지하며 한평생을 살아가는데, 서로 닮은 두 분의 인생이 너무도 애잔해서 오래도록 마음에 머물렀습니다. 그래서 두 분의 이야기를 시로 표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