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얼굴
잃어버린 것과 버리지 못한 것이
기억을 공유하고 있을 때
당신은 아직 앳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모든 소음이 차단되고
잠자는 시간이 꿈을 꾸는 사진 속에서
당신은 모두의 안녕을 위해
언제까지라도 기도하는
이국의 소녀처럼
평온합니다
상심한 구름이 비를 내려도
비를 피할 줄 모릅니다
변심한 바람이 등을 밀어도
바람을 미워할 줄 모릅니다
날마다 태어나는 먼지들이
슬금슬금 어둠으로 스며들면
거울 속에 거울을 보듯
지루하고 연속된 당신의 얼굴은
점점 낯선 얼굴로 변해갑니다
멍든 사과의 반점이 번져갑니다
서로 다른 이름을 부르며
헤어지던 날
후회한다고 미안하다고
차마 말하지 못하고
당신은 고개만 숙인 채
젖은 흙만 발로 지웁니다
수없이 많은 지문의 계절을 지나
마침내
해질녘 언덕에서
쓸쓸한 환청에 자꾸 뒤를 돌아보는
당신의 얼굴
오래된 앨범에서 아버지의 어릴 적사진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앳되고 맑은 모습이 지금의 모습과는 너무나 달라서 놀랐습니다. 한번 도 어린 부모님을 상상한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늙어가는 부모님의 모습을 닮아가는 저의 얼굴을 보며 인생이 얼마나 연약하고 쓸쓸한 존재인지를 깨달아 갑니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모든 만물이 피곤하다는 것을 사람이 말로 다 말할 수는 없나니 눈은 보아도 족함이 없고 귀는 들어도 가득 차지 아니하도다.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할지라 해 아래에는 새 것이 없나니. (전도서 1장 2,8,9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