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동 책방 골목
홍선영
먼지 덮인 어둠 속에서
계절이 행인처럼 지나가 버려도
버려졌다 여기지 않고
오래된 이야기와 빛바램으로
거기 있었다
사이다 냄새나는 바람이 마른 잎들을 밀고와
그렁그렁 옛일들이 떠오르면
그 길에서 너를 기다린다
별을 녹여 마신 너는 어디서든 반짝이고 꿈만 꿨지
이해 못 할 말을 또박또박 말하고
성큼성큼 가버렸지
밤바다의 파도처럼 현기증을 느끼며 출렁거렸지
들이치는 비에 투득투득 심장소리가 나면
멀리서 쇠약해진 네가 보일 듯하고
단 한 번의 눈맞춤으로도 충분하리라
2016년 가을 '연희문학창작촌'에서 기성 시인들에게 시를 배운 적이 있습니다. '보수동 책방 골목'은 그때 지은 시로 중고 서점에 쌓여있는 책들을 보며 주인을 잃어버린 책에 대한 연민을 느끼며 썼습니다. 그리고 저를 지도해 주셨던 유현아, 김은경시인에게 좋은 평을 받았습니다. 아마도 그 무렵부터 시에 대한 해바라기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연희문학창작촌'에서 시를 배우는 동안 행복했고 함께 했던 시인 분들도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