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귀환
홍선영
어쩌면 나의 최후는 비극일 것이다
단지 허기진 위장을 채우려
바람결에 고소한 냄새를 따라
산 아래로 조금 내려왔을 뿐인데
언제나 먼저 경계를 침범한
당신들을 원망한 적 없건만
당신들과 마주친 순간
내가 더 놀랐다는 걸
뜨거운 입김과 발 굴림으로
신호를 보내도
알아채지 못하고
저녁하늘을 찢는 괴성
별을 떨어트리네
어느새
숨을 죽인 총구가 나를 겨냥하고
나의 냄새는 킁킁 사냥개들의 표적이 되지
늙은 사냥개 한 마리
나를 보고 컹컹 짖으려다
그냥 가라고
못 본 척할 테니
친구여
우리는 링 위에 던져진 글래디에이터
먼저 물어뜯지 않으면
물어 뜯겨 죽임을 당하는
슬픈 동류여
그대의 무사귀환을 바라네
어둠 속으로 깊이깊이 숨어
검은 눈만 반짝 아쉬운 코만 들썩
꾸역꾸역 산을 오르는데
꾸륵꾸륵 텅 빈 위장으로
으슬한 밤공기만 스며드네
얼마 전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 수락산과 인접한 어느 아파트에 멧돼지가 나타났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인명피해는 없었고 멧돼지도 산으로 올라가 찾지 못했다는 기사를 보며 우선은 다친 사람이 없고 멧돼지도 사살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멧돼지는 사람들에게 살고 있는 터전을 점점 빼앗기고 배가 고파 산 밑으로 내려왔을 것이라 짐작이 됩니다. 그래서 멧돼지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마음을 시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틀 뒤 멧돼지가 엽사들에게 끝내 사살되었다는 또 다른 기사를 보았습니다. 물론 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였겠지만 멧돼지가 무사히 귀환하기를 바랬던 저는 마음이 무겁고 많이 안타까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