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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디스 홍 Aug 08. 2023

요즘 뜨는 브런치북 말고...

피어라의 인물사전

얼마 전 첫 번째 브런치북을 출간하고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수많은 작가들이 브런치북을 발행하지만 ‘요즘 뜨는 브런치북’에 올라오는 책은 매우 한정적이며 거의 매일 같은 작가들의 책만 편애하듯 올라온다는 사실입니다. 저의 브런치북이 눈에 띄지 않아 심술이 난 건 결코 아니고요. ‘요즘 뜨는 브런치북’ 외에도 숨은 보석처럼 반짝이는 브런치북을 발굴하여 소문내고 싶은 충동이 퍼뜩 들었습니다. 그래서 순전히 내 맘대로 지극히 사적이고, 취향저격적인 작가들의 브런치북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로 소개할 브런치북은 작가 피어라 님의 <인물 사전>입니다. 피어라 님은 저의 첫 번째 구독자입니다. 동네 도서관에서 만나 그림책 더미북 만드는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했고 매우 비슷한 성향으로 마음이 잘 통하여 친밀한 사이가 되었지요. 마치 먼 이국땅에서 한국 사람을 만난 것처럼 말도 잘 통합니다. 그리고 저보다 먼저 브런치를 시작하고 저를 브런치로 이끌어준 고마운 작가입니다.

브런치북 <인물사전>은 피어라 님의 인생에서 의미 있는 만남과 이야기가 있는 인물들을 기억하기 위해 기록한 글입니다. 특별한 점은 주인공이 인물에만 제한되지 않고 사물이나 작은 생명체에도 인격을 부여하여 글의 몰입 감을 끌어올린 것입니다. 짧은 소설처럼 치밀한 구성과 절묘한 반전으로 결국에는 ‘와!’ 하고 탄성 소리가 나오게 만듭니다.


모든 글이 매력적이지만 그중에서도 저의 마음에 쏙 드는 글을 몇 가지만 살짝 스포일러 하려고 합니다.


1화 ‘한 순간도 희망하지는 않았으리라’는 가족을 위해 수고하며 치열하게 살아온 가장 홍태 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남편을 처음 만난 대학시절부터 결혼 후 아직 젊은 나이에 희망퇴직을 권고받고 상실감에 빠져있는 남편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작가의 이야기로 견고하고 행복한 가족애가 넘칩니다.

작가님의 남편이 글을 읽고 무척 감동받았다는 후문이 들려오기도 했지요.


2화 ‘남미로 떠난 산이’는 작가님의 독특한 문장의 글쓰기 스타일이 잘 드러나는 글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숨어 있습니다. 끝까지 읽어야 산이의 정체가 밝혀지는데. 정말 기발하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3화 ‘소녀 윤경’과 5화 ‘대신 부치게 된 편지’는 어머니에 관한 글로 서로 이어져 있습니다. 어린 날 전쟁이라는 큰 고난과 이산의 아픔을 격은 어머니는 상처투성이 세월을 통과하여 이제 모든 일에 초연한 삶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또 어린 윤경은 9살 때 자신에게 특별한 친절과 사랑을 베풀어 주었던 제주화가 강용택 아저씨를 평생 동안 그리워하다 근래에 그분의 소식을 알게 됩니다. 어쩌면 이토록 어머니의 인생은 영화처럼 극적이고 안타까운지 읽는 내내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그동안 어머니를 생각하며 울던 효녀 피어라 님의 눈물의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그 밖에도 12화까지 이어지는 인물 이야기는 웃고, 울고, 먹고사는 인생이야기 이기도 하지요. 대부분 브런치북의 완독률이 그리 높지 않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12화까지 틈틈이 읽어보시길 적극 권합니다. 재미와 감동과 반전이 있는 피어라 님의 브런치북은 더 멋진 작가로 더 큰 가능성을 가지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글이 피어라 님 날개의 작은 깃털하나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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