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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디스 홍 Aug 24. 2023

요즘 뜨는 브런치북 말고 2

그 밖의 나님의 소설 로데오

둥둥둥! 제1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올해 초 브런치를 처음 시작하게 되었을 때 나의 바람은 작은 풀씨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봄이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돌 틈에서도 노란 민들레가 피듯 나의 마음은 향기로운 꽃을 피우고 싶은 간절함으로 물들어갑니다.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일주일에 한 편 이상 글을 올렸고 브런치북 <깜박 별이 켜진다>를 발간하였습니다. 물론 매일 글을 발행하는 필력이 뛰어난 작가님들과는 비교가 안 되지만, 막연하게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만 꾸며 글쓰기를 게을리하던 날들과는 다르게 달팽이처럼 야금야금 성실하게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름 애를 쓰며 글을 쓰지만 글에 공감하며 읽어주는 독자들은 참으로 더디 늘어갔습니다. 어마어마한 구독자를 자랑하는 작가들을 보며 내 존재의 미력함에 조금 지치고 시무룩해져 갈 때쯤 나에게도 선물 같은 일이 생겼습니다.


어느 토요일 오전 잠잠하던 브런치 알림음이 연속으로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영문을 모른 채 댓글을 읽던 중 ‘그 밖에 나’ 작가님의 매거진 <브런치작가 입덕 포인트를 찍어드림>에서 작가님이 저의 시를 언급해 주셨고 과한 칭찬은 물론 브런치 링크까지 걸어주어 작가님의 구독자들의 방문이 갑자기 늘어난 것이었지요. “어머나! 세상에!”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고 무지하게 감사하더군요. 그리고 또, 덕분에 좋은 작가들과 교류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뜨는 브런치북 말고 오늘 내 맘대로 추천하는 숨은 작가와 보석 같은 브런치북은 바로 그 밖의 나님의 소설 <로데오>입니다. 이제라도 보답하게 되어 마음이 무척 기쁩니다.

소설 <로데오>는 워터 사이드라는 로데오 명소에서 59번째 열리는 로데오 경기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사건과 여러 인물에 관한 이야기로 작가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실제 관전했던 로데오에서 직접 보고 들은 이야기에 상상을 더하여 지은 소설입니다.


등장인물이 많은 편으로 편의상 인물관계도를 그려가며 책을 읽었습니다. 여기서는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짧게 소개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도우려고 합니다


*로데오 광대 피터- 로데오에서 빠질 수 없는 유명한 광대로, 병으로 어린 아들과 아내를 잃어버리자 깊은 우울증과 불면증에 여러 약을 복용하지만 분장 뒤의 숨겨진 그의 슬픔을 아무도 알지 못한다.

*도망자 그렉- 빅베어 카지노에서 사기를 치고 도망 중 살인 사건을 목격하여 카지노 갱단들과 경찰에게 동시에 쫓기고 있으며 피터의 도움으로 그의 제자가 되고 피터의 슬픔을 유일하게 감지하는 마음 약한 도망자이다.

*한스- 워터사이드 번영회 회장이며 로데오 운영위원회를 대표하여 로데오 행사 전반에 책임을 지고 있다. 로데오 오프닝 기수 산드라의 아버지이다.

*- 워터사이드 형사로 조와 제프의 아버지이다.

*- 세 소녀 중 엠마를 좋아하는 청년으로 마르고 소심하여 약골로 보이지만 로데오에서 소뿔잡기에 출전하여 불명예를 벗은 용감한 청년이다.

*화이트- 로데오 최고의 카우보이로 조를 도와주며 동물들에게도 사려 깊다.

*세 소녀- 루나, 미아, 엠마는 서로 친구이며 로데오 경기에서 근사한 연애를 꿈꾸며 경기장 주변을 맴돈다. 작가가 로데오에서 목격한 소녀들로 이야기의 상상력을 자극한 실제 인물들이다.

*코웰 박사- 멸종위기동물을 연구하고 구조하는 박사로 엘몬티 국립공원에서 총상을 입은 곰을 구조하고 살인사건의 유력한 증거를 확보한다.

*불곰 달나무와 아기 곰 별뿌리, 바람꿀- 산사나이 코웰 박사가 여느 인간들과 다르게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진실됨을 느끼고 총상 입은 불곰에게로 인도한다.  

*황금종- 어린 황소로 조의 소뿔 잡기 상대이며 조와 교감한다.

*하늘차기-길들여지지 않는 야생마로 자유를 꿈꾼다. 로데오선수 화이트의 상대가 된다. 그 밖에도 카지노 갱단과 국립공원 산지기들이 있다.


이야기의 내용 정리는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것으로 대체하며 생략하겠습니다. 소설 <로데오>는 전지적 작가 시점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며 사람들의 생각뿐 아니라 작가의 섬세한 상상력으로 동물의 입장에서 동물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동물들에게 인디언 이름 같은 시적인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소설을 읽기 전까지 나는 로데오 경기를 본 적도 없고 별 관심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소설을 통해 로데오에 대해 알게 되었고 로데오 광대라는 특별한 인물에 집중하게 되었지요. 항상 웃는 얼굴로 많은 사람들의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스스로 웃음거리가 되지만 진한 분장 뒤에 수많은 표정과 감정을 감추고 있는 광대라는 캐릭터가 너무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외롭지 않은 척, 괜찮은 척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기도 하니까요. 이야기의 주인공이 카우보이가 아니라 광대를 주요 인물로 선택한 건 작가의 탁월한 문학적 감수성과 혜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로데오에서 많은 소와 말들이 다치거나 죽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소와 싸우려 들면 소를 결코 이길 수 없어. 싸움은 서로를 다치게 할 뿐이지.” 사려 깊은 카우보이 화이트는 소뿔 잡기 시합에 나가는 조에게 경기를 위해 힘을 기르고 운동을 하는 것보다 소와 눈을 맞추며 교감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조언합니다.


또 마지막 22화에서 어린 황소 황금종이 로데오에 열광하는 인간들을 향한 질문은 무척 의미심장합니다.

왜 그 어린 인간은 내 뿔을 잡고 놓지 않으려 했던 것일까?’

왜 그날 사람들은 동물들에게 그토록 불손하게 행동했던 걸까?’

이 문장을 여러 번 되뇌어 읽으며 인간이 동물들에게 저지르는 가혹하고 잔인한 행위를 동물들은 이유도 알지 못한 채 당하고 지금도 죽어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그래도 멸종위기 동물을 구조하고 연구하는 코웰 박사와 같은 사람과 그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습니다.


소설의 끝은 가 좋아하는 해피엔딩으로 사건의 마무리도 빈틈없고 플롯이 탄탄하여 완성도가 높습니다. 워터 사이드에서 미국 역사의 상징적 의미가 있는 로데오는 계속되지만 채찍과 전기 충격기를 사용하는 훈련은 금지하고 동물권을 지키며 스포츠 정신에 부합하는 경기만 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물론 피터와 그렉도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였지요. 그럼 조는 엠마의 사랑을 쟁취했을까요? (이건 비밀로 하지요.)


<로데오>는 중편 정도의 분량으로 짧지 않습니다. 저는 안구건조증이 있어 인공눈물을 찔끔 넣어가며 몇 회에 걸쳐 나눠 읽었지만 종이책이었다면 단숨에 몰아쳐 읽고 싶을 만큼 흥미로웠습니다. 마치 명절 날 보는 할리우드 가족영화처럼 너무 재미있었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소설을 왜 브런치 에디터들은 모르는 걸까요...?  밖의 나님의 브런치북 <로데오>가 이번 출판 프로젝트를 통해 꼭 종이책으로 정식 출간될 수 있기를 바라고 응원합니다.

*모든 사진은 pixabay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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