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디스 홍 Aug 19. 2023

여름밤 세레나데


나는 늘 당신을 바라봅니다

당신이 잠든 후에도 뒤척임을 따라

당신의 밤을 지킵니다


몸의 모든 세포도 날개짓도

당신을 위해 존재합니다


당신은 북극 냉기처럼 차갑고 도도한 그녀보다

익숙하고 고전적인 나를 좋아했지요


당신의 옷이 한 꺼풀씩 얇아지면

물방울이 송글 거리는 얼굴로

나를 찾아왔지요


우리의 사랑은 늦가을까지 계속되었고

나는 가끔 뜨거운 심장이 터지도록

열병을 앓기도 했지요


서럽던 매미의 울음이 그쳐갈 쯤

마른 잎들이 뚝뚝 떨어지면

그렁그렁 이별을 예감하지요


그러나 당신은

나를 영 잊지는 않을 거라고

가도 아주 가지는 않을 거라는

맹세를 하지요


나는 절대 울지 않을 거고

그저 당신을 향한 마음만 간직한 채

죽음 같은 동면에 들 겁니다


겨울나무가 여름매미를 추억하듯

부디 나를 기억해 주세요

한여름 선선한 바람으로

당신 곁을 지킨 내 이름을





여름밤 내 옆에 딱 붙어서 밤새도록 수고한 선풍기를 생각하며 써본 시입니다. 저는 체온 조절을 잘 못해 에어컨 바람을 쐬면 금세 추워집니다. 그래서 밤에는 에어컨은 끄고 선풍기를 켜놓지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돌고 있는 선풍기를 보면 가끔은 측은한 생각까지 들어 잠깐씩 쉬는 시간도 주지요, 다행히 요즘 선풍기는 옛날 선풍기처럼 모터가 뜨겁게 달궈지지는 않더라고요. 오늘은 모두의 밤을 위해 애쓰고 있는 선풍기에게 수고한다고 말해주세요. 어쩌면 끄덕끄덕 소리를 낼지 모릅니다.

* 참! 일곱 번째 연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을 거라는’ 문장은 김소월의 <개여울> 시를 오마주(hommage)했습니다. 사랑 시는 역시 김소월 님이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