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와 NFT, 그리고 게임 속 세상

<레디 플레이어 원> 에서 <매트릭스>, <터미네이터>로 이어지는 세상

by 장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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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쫄보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수준의 쫄보다.


사실 필자는 금융전문지 기자로 출입하다보니 주변에서 투자에 대한 이야기나 정보를 들을 기회가 남들보다 많은 편이다. 비트코인이니 뭐니 하는 가상화폐나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에 대한 이야기도 일반적인 회사원들보다 자주, 많이 접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가상화폐나 NFT에 대한 투자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고,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다. 왜냐면.... 이것들은 오늘 1개에 10억 하던것도 내일 아침에 0원이 되있을 수 있는 너무나도 위험한 투자 수단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 마감 개념도 없이 24시간 돌아간다. 처음 주식투자에만 나섰을 때도 장 열릴 때부터 닫힐 때까지 일을 제대로 못할 정도였는데, 이건 마감도 없이 그냥 계속 돌아간다. 사람 정신 이상해지기 딱 좋다.


더 솔직하게 말해서, 개인적으로는 '투자수단'이라고 보지도 않는다. 이건 차라리 투자가 아니라 도박에 좀 더 가깝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 테라와 루나코인이 폭락했다고 해서 관련 오픈채팅방이나 커뮤니티를 돌아봤는데, 빚을 내서 투자에 나섰다가 패가망신했다는 사람들이 잔뜩 있었다. 하나같이 일발역전 일확천금을 노리다가 망해버린 것이다. 게임은 하다가 죽으면 다시 키우면 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막무가내로 투자를 하다 인생이 망했다고 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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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비트코인, 가상화폐, 개념들이나 작동 원리는 알겠다. NFT도 처음 나왔을 때 도저히 이해가 안가서 아예 책을 사서 공부했더니 대충 무슨 개념인지는 알겠다. 이미 많은 분들이 그 개념을 이해하고 있을 거라고 믿고 굳이 이 글을 통해 설명하지는 않으려 한다. 그런데 필자는 이것들이 왜 미래 금융시장을 선도할 탈중앙화 바람의 시작인지는 좀처럼 납득이 가지 않았다.


필자의 짧은 식견으로 이해한 이 가상/암호화폐들의 본질은 결국 '안전한 게임머니'였다.


게이머들 사이에는 '쌀먹충'이라는 용어가 있다. 게임머니를 모아서 현금으로 환전하는 식의 생계수단을 영위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게임머니를 팔아서 쌀을 사먹는다는 의미라나 뭐라나.... 예를 들어 메이플스토리에서 '메소'를 잔뜩 모아 아이템매니아/아이템베이 등의 게임사이트에서 이를 다른 유저에게 판매하는 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세상에 이런 창조경제가 있다니.


모든 유저가 순수한 자기 노력만으로 재화를 모아 이를 수익으로 연결한다면 문제가 없는 아름다운 생태계가 형성됐을지도 모르지만, 이른바 '오토'라 불리는 자동사냥이나 불법적인 방식으로 재화를 모으는 유저들이 있어서 쌀먹충은 게임을 좀먹는 집단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글은 그걸 지적하려고 쓰고 있는 글은 아니니까 우선 미뤄두기로 하자.


온라인 세상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점에서 게임머니와 가상화폐는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봤다. 다만 가상화폐 시장은 '블록체인'이라는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형성된다는 차이점이 있을 뿐. 이렇게 벌린 가상화폐를 거래수단으로 쓸 수 있다는 부분도 온라인게임 시장의 '쌀먹'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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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코인판이며 암호화폐판을 선도(?)하고 있는 것은 MZ세대로 대표되는 20대~40대들이라고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온라인게임'을 본격적으로 즐기면서 성장했다는 점이라고 한다. 가상화폐나 메타버스 등의 개념들이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향유되고 있는 점은 이들의 성장과정과 관련이 크다고 여겨진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VR기기를 통해 플레이어가 직접 게임 속에 들어가서 또 다른 세상에서 또 다른 자아가 돼 활동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는 그냥 잘 만든 눈뽕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미래에 진짜 이런 세상이 펼쳐져도 이상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불과 4~5년 사이에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했는지를 생각해보면.....


여전히 필자는 가상화폐나 NFT를 믿지 않지만, 그렇다고 이것들이 머지않은 미래에 진짜 금융시장의 주류로 절대 떠오르지 말라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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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니 NFT니 메타버스나 VR이니.... 이런 개념들이 점점 확산되가는걸 보면서 필자는 이런 생각을 했다.

언젠가는 인간의 정신 자체가 사이버 세상에 이식되서 평생 살아가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위 사진은 프롭테크 기업 '직방'이 최근 론칭한 가상오피스 구현 화면이다. 직방 직원들은 회사 사무실로 출근하는 대신 각자 집이나 업무공간에서 메타버스로 출근하고 있다. 지금은 좀 우스꽝스럽고 비효율적인 면이 없지 않아 보이나, 이런 시도가 세상을 변화시킬 시금석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찾아올 지도 모를 '게임이 일상이 되는 세상', 도태되지 않고 그에 발맞춰 살아가려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게임을 열심히 해야 하나?


이 과정에서 인류는 또 어떤 위기를 맞이하게 될까. 위의 <레디 플레이어 원>의 세상을 지나, 어쩌면 컴퓨터에 의해 통제당하는 <매트릭스>의 세상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기계와 인간의 싸움이 펼쳐지는 <터미네이터>의 세상에 도달하게 되지는 않을까. 90년대 서브컬처는 이미 까마득한 미래의 일을 모두 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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