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것과 살아지는 것

by 장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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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우림의 보컬 김윤아의 노래 중 '가끔씩'이라는 노래가 있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인 그 노래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나는 살아가는 것일까, 그저 살아지고 있는 것일까"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필자는 10년 전, 20년 전 아무 것도 모르던 꼬마이자 대학교 새내기 시절을 떠올린다.

대학교는 어떻게 들어가는 거지? 수능은 어떻게 보지? 군대는 어떻게 가지? 취업은 어떻게 하지?

나처럼 아무 것도 없는 하찮은 놈이 나중에 뭐라도 될 수 있을까?


놀랍게도 전부 다 성공했다. 인서울 4년제도 한번에 붙었고, 군대도 무탈하게 잘 마쳤으며, 취뽀도 반년만에 성공했다. 물론 이 모든걸 너무 빨리 하다보니 나를 위한 시간이나 취미활동을 많이 키우진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이 모든 것들을 해낸 내 자신이 열심히 '살아왔다'기보다는 '살아졌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물론 나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치열한 시간과 노력들을 보냈겠지만, 지나고 보니까 그것들이 모두 신기루처럼 느껴진다는 소리다.


대학교 시절, 매일 술이나 퍼먹고 다니면서 과제도 안하고 수업도 제대로 안듣고 딴짓이나 하고 돌아다니던 친구들도 어느샌가 뭔가 일을 하고들 있다. "저놈 저거 나중에 뭐하고 살까" 싶었던 친구들마저도 다들 무엇인가가 되서 명함을 돌리고, 안부를 전해온다.


필자는 가끔씩 이런 것들이 소름끼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 다들 노력하면서 살고 있었구나. 아무 생각 없이 '살아지고' 있던 건 결국 나 밖에 없었던 건가.


필자 자신도 조금 더 열심히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것도 잠시 뿐, 정신을 차리고 보면 다시 챗바퀴같은 일상이 흘러가고 있다.


나는 살아가는 것일까, 아니면 살아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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