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넘어, 문화의 변화를 시도하다.
한때 회사 안팎에서 ‘○○ 경진대회’가 유행처럼 번졌던 시기가 있었다. 우수 정비사 선발, 강의 발표, 서비스 개선 등 다양한 주제의 경진대회가 조직 내 여기저기서 열리고 있었다. 그런 흐름 속에서 문득 “데이터 활용도 이런 방식으로 확산시킬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업무를 맡고 있던 직원들은 이미 OLAP(Online Analytical Processing) 시스템을 사용 중이었다. 하지만 사용 수준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누군가는 단순히 자료 추출에 그쳤고, 또 어떤 이는 OLAP을 능숙하게 다뤄 몇 시간 걸리던 업무를 단 몇 분만에 끝내는가 하면, 데이터를 분석해 업무 개선 아이디어까지 도출해 내기도 했다.
OLAP 활용은 단순한 시스템 사용 능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업무에 대한 태도, 사고방식, 그리고 상사의 관심 여부까지 복합적으로 얽힌 ‘조직문화’의 문제였다.
‘통계경진대회’를 한번 해보자
전문적인 통계분석 능력을 요구하자는 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업무에서 어떻게 데이터를 활용했고, 그 결과 어떤 개선이나 성과를 냈는지를 공유하는 자리이면 충분했다.
“OO지점 누구는 OLAP을 정말 잘 쓴다더라”
“그 사람 덕분에 팀 일이 훨씬 수월해졌대”
이처럼 구전으로만 떠돌던 우수 사례를 이제는 공식적으로 조명하고, 그들의 노하우를 사내에 널리 공유하자는 것이었다. 한 사람의 노력이 전국 50명의 업무 효율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잘 다루는 사람들, 전사적 인재로 떠오르다
통계경진대회를 계기로, 데이터를 잘 다루는 직원들이 하나둘씩 ‘전사 인재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각 부서에서 “OLAP 잘 쓰는 직원 좀 추천해 줄 수 있나요?”라는 요청이 들어왔고, 실제로 전보된 부서에서는 그들이 눈에 띄는 변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사례는 단순 반복 작업을 완전히 바꾸어낸 실질적 혁신이었다. 10년 넘게 수작업으로 작성되던 보고서를 한 후배가 단 몇 줄의 프로그램으로 자동화시킨 것이다. 예전에는 며칠씩 엑셀 복사·붙여넣기와 편집에 매달려야 했던 일이, 이제는 마감 다음 날 오후면 보고가 끝날 정도로 간편해졌다.
이 변화는 과거 실무 경험이 있던 팀장님조차 놀랄 만큼의 획기적인 효율 개선이었고, 무엇보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실천 의지를 주변에 심어주었다.
물론 일을 빨리 끝내면 또 다른 일이 주어지는 게 세상의 이치지만, 그럼에도 이 사례는 단순한 기술의 진보를 넘어선 ‘기업문화의 변화’로 오래 기억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똑같은 일을 여러 사람이 반복하는 구조’는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다. 그 구조를 바꿔 보겠다는 문제의식, 그리고 작은 시도 하나가 만들어내는 변화의 힘이다.
도구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이고,
사람보다 더 중요한 건 ’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