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게

나 홀로 순천 part.1

by 리진수

<나 홀로 순천 part.1>

혼자 여행을 왔다.

여행을 왜 혼자 가냐고 주위에서 많이 묻더라.

앞에서는 ”그냥 생각 정리 좀 하고 오려고“라 말하지만

지금 뒤에서는 이렇게 말하겠다

“신경 좀 꺼라 쫌 쫌 쫌”

전라도 순천은 꼬막이 유명하다고 한다

리뷰가 2천 개가 넘는 맛집을 찾았다

신난다 맛있겠다 룰루랄라

냠냠 음

음 노맛.

내 소중한 2만 원을 순천 지역 발전에 기여했다

꼬막이 박힌 떡갈비를 반쯤 먹고 놔둔 채

(내 인생에 이제 꼬막떡갈비는 없다)

휴대폰으로 적당한 카페를 찾아보고 있던 중

어디선가 들리는 종업원 아줌마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

“떡갈비 다 식어버려잉~”

정겹고 귀여우신 사투리였지만

‘죄송해요 맛없서요’

이후 근처에 있던 적당한 카페의 적당한 자리에서

태블릿으로 요즘 쓰고 있는 글을 이어 쓰기 시작했다

너무 집중을 했던 탓인 걸까

컵 밑의 물이 블루투스 키보드에 떨어지는지도 모른 채

글을 계속해서 쓰다가 M(ㅡ) 자판이 고장 났다 아

갑자기 M 자판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탱ㅋ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탱크를 쓰려했던 건데 물론 군대 글은 아니다)

키보드 자판을 뽑고 꽂고 흔들고 갈기고 그렇게 키보드와 10분 이상 씨름을 했다

‘아아아 읏차 아 왜 아’

(오늘 부신 기계 +1)

(사실 얼마 전 차도 긁어먹어 최근 종합 부신 기계 +2)

‘누가 이기나 해보자’하며 계속 씨름을 하던 중

카페 앞 아주 큰 주차장에 차가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뭐지 저기’ 하는 호기심에 나의 씨름 상대를 가방에 그대로 쑤셔 넣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나의 회피성 기권패였다)

일단 주차를 하고 매표소에서 만 원을 내고 표를 끊었다

그러고 찾아보니 ‘순천만습지’라는 자연 생태공원이다

리뷰가 9천 개가 넘는다

꼬막떡갈비를 경험한 뒤 리뷰는 이미 믿지 않기로 했지만

기분전환으로 산책할 겸 아무런 생각 없이 들어갔다

정말 별거 없었다. 역시 꼬막 떡갈비였어.

그런데 갑자기 웬 자전거 대여소가 보인다

간판 : 자전거를 타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보세요

두리번거리던 나에게 한 아저씨가 무심하게 말을 꺼냈다

“저 안에는 별거 없어, 자전거 타고 이 밖으로 나가면 거기가 진짜야”

두 번 속으면 완전 ‘호구’ 된다고 싶을 때

이러다 이번 여행에서 얻어 가는 건 ‘불신’밖에 없으려나 싶을 때

‘에라 모르겠다’

자전거를 타고 5분쯤 지나서였을까

양쪽에 노란 갈대들이 나를 보며 춤추고 있었고

그 사이를 가로지르며 지나가는 낡은 자전거 하나였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갑자기 살면서 내가 시원하게 소리를 질러본 적이 있었나 생각이 들었다

(어 진짜 갑자기)

막무가내로 소리를 질렀다

“아아아!”

평소보다 소리는 컸지만 100%는 아니었다

아무도 없는데도 아직도 눈치를 보고 있는 나였다

(난 뭘 그리 눈치를 보고 있었을까)

‘좀 더 크게, 좀만 더 크게, 더더더 이 새끼야’

(속으로 나에게 하는 말이었다)

“아아아!”

마음 시원하게 질러버렸다

그러고 몇 초 뒤 맞은편에서 자전거 2대가 온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근데 뭐 어쩌라고 하나도 안 쪽팔린다’

(한 번 더 나에게 말했다)

오히려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지나갔다

그러고 적당한 곳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두루미들이 있는 강을 바라봤다

배에 힘을 주고 소리를 한 번 더 크게 질렀다

“다 덤벼 이 개새끼들아!”

(도대체 누구한테 하는 말이었을까)

지금 생각해 보니 나 최근에 꽤 힘들었나 보다

그렇게 나의 샤우팅 여정(with 자전거)을 끝낸 후

갑자기 늘 생각만 하던 차박을 하고 싶었다

아무도 없는 생태공원 주차장에서 트렁크를 열고

뒷자리를 눕혀버리고 신발을 벗고 누워

비로 시원하게 샤워하고 있는 갈대와 풀을 바라봤다

어제 새로 산 블루투스 스피커의 음악과 빗소리가 적절히 잘 어우러졌다

(블루투스 하니까 키보드가 다시 생각난다 흡)

예상치 못하게 또다시 행복함을 느껴버렸다

그렇게 빈둥대며 누워 한참을 생각에 잠겨있었다

어느새 해는 져가고 어딜 갈까 하던 나는

숙소 근처의 이름 모를 온천으로 향했다

(약 10km 동안 언덕 꼬부랑길에 가로등조차 없었다)

도착하니 불빛 하나 없는 으스스한 건물 하나가 있었다

그 건물 안으로 사방을 경계하며 들어가 보니

카운터에 있던 사장님이 곧 마감시간이라며

나에게 성인 요금 대신 어린이 요금을 받았다

(고맙습니다. 응애.)

탕에 들어가기 전 몸을 씻던 중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세신 25000원’

일명 ‘때밀이’였다

생각해 보니 살면서 세신을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해봤자 어릴 때 아빠표 ‘고통의 때밀이’뿐이었다)

내심 기대를 하며 세신을 받기 위해 판때기에 엎드려

‘여기서 힐링 스몰 토크만 하면 완벽한 하루다’

라고 생각하던 중 세신 아저씨가 입을 열었다

“어디 사람이에요”

“경상도 사람인데요”

“경상도 사람은 반성해야 해”

그렇게 아저씨의 정치 토크가 시작되었다

입에 모터라도 단 듯 쏟아내며 때를 밀기 시작하는데

괜히 ‘힐링 스몰 토크’라는 기대를 한 나와

아저씨의 정치 토크가 재치 있게 섞여버린 탓에

때밀이 내내, 내 입가에는 미소가 띠어있었다

“잘 가요!”

경상도는 싫어했지만 친절한 세신 아저씨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껏 가벼워진 몸을 이끌고 숙소 근처에 미리 찾아놓은 고깃집으로 향했다

“마감이에요”

비를 뚫고 걸어간 근처 다른 고깃집도

“마감했어요”

(네이버의 영업 종료시간은 믿지 말자)

배가 너무 고팠고 단지 삼겹살을 너무 먹고 싶었다

그러다 8킬로 정도 떨어진 고깃집을 찾았다

마감이 1시간 전, 차로 가는데 10분 정도

전화를 걸었다

“네 ~ 오세요”

비폭풍을 뚫고 어느 때보다 빠르게 달려갔다

아 참. 삼겹살에 눈이 멀어 차로 뛰어가던 중

실수로 바닥에 있는 돌에 폰을 던져 액정이 깨지고 폰 밑이 좀 찍혔다

(오늘 부신 기계 +2, 종합 +3 타이기록이다)

그 순간 깨진 폰보다 삼겹살이 더 중요했다

(순간 나는 식욕이라는 본능에 충실한 짐승 같았다)

그렇게 폰과 뒤바꾼 아무도 없는 고깃집에서

생삼겹살 300g, 된장찌개, 밥을 바로 시켰다

그리고 직원이 말했다

”천천히 드세요~”

식당 마감할 때 오는 손님만큼 얄미운 게 없는 법인데

사장님과 직원들께 감사했다

근데 이게 무슨 일인가

존맛.

(꼬막떡갈비보다 1000000000000000배 맛있었다)

(어 이번엔 ’0‘ 자판이 고장 났나 보다)

정말 짐승처럼 입에 정신없이 구겨 넣기 시작했다

고기를 먹는 30분 동안 아무것도 없는 우주에서

삼겹살과 나만 존재하는 것 같았다

난 고기를 먹는 내내 찌푸린 미간을 풀 수가 없었다

(화난 거 아닙니다)

다른 고깃집과 별다를 게 없는 삼겹살이었겠지만

이런 상황과 환경이라는 msg가 더해져 더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이 msg가 들어간 삼겹살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이 글에도 ’평생‘이라는 msg를 조금 첨가해 보았다)

나의 숙소는 한옥펜션이었는데 bhc와 함께 운영하는 곳이었다

펜션 사장님은 마감을 했지만 나에게 bhc 치즈볼을 정성스레 튀겨주셨다

(당연히 돈은 냈다)

그렇게 치즈볼과 맥주 한 캔을 먹고 노래를 들으며 침대에 누워 이 글을 써 내려갔다

한옥 지붕을 타고 떨어지는 추적추적 빗소리 덕에 감성이 한 층 더해진 채로 오늘 하루를 마무리했다.


part.1 끝.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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