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의 늪
<비교의 늪>
혹시 ‘비교의 늪’이라고 들어봤는가. 당연히 들어본 적 없을 거다 방금 필자가 만든 거니까. 하지만 이 늪은 실제로 존재하며 꽤 많은 곳에서 도사리고 있다. 이 늪에 잘못 빠지면 누군가는 밑으로 빠지고 빠지는 누군가를 밟고 어느 누군가는 위로 떠오르게 된다. 2명밖에 없다면 1명은 무조건 늪 밑으로 빠지게 되어있다. 너무 슬픈 현실이다. 슬퍼도 울지 마라 울다가 힘이 빠져 늪에 빠지는 수가 있으니. 우리들은 여태까지 비교를 당하며 살아왔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도 비교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무한경쟁의 사회에 살고 있으니까(무한도전해도 모자랄 판인데) 초등학교 때 이깟 연필 따위로 시험지에 답안을 체크하는 것부터 비교의 늪은 시작된다. “넌 100점 넌 90점, 우리 반 1등 2등.. 꼴등까지”. 성적 때문에 우울하던 중 기다리고 기다리던 체육시간이 찾아왔다. 재밌게 공이나 차면서 스트레스 좀 풀어보려나 싶을 때 ”네가 더 잘하니까 넌 공격수하고 너는 못하니까 골키퍼나 해” 역시 비교의 늪은 어디에든 존재했다. 누가 잘나서 혹은 누가 못나서 그런 걸까. “그럼 네가 잘나던가” 맞는 말이긴 한데 내가 그리 잘난 편은 아닌지라 그런 것 같기도.
결국 아무리 잘 나가도 우리 위에 있는 놈이 많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어느 정도 겸손을 요구하기도 한다.(그래도 이왕 잘난 게 좋긴 하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나는 놈 위에.." 뭐였더라 그래 뭐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공부 쪽도 그렇지만 예체능 쪽도 마찬가지다. 축구로 예를 들면 3부 리그에서 득점왕을 했어도 2부 리그엔 득점왕들이 넘쳐나고 2부 리그에서 1부 리그로 넘어가도 그렇다. 아무리 날고 기는 놈들이 많다지만 결국 우리는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 피 같은 노력이 최고가 되도록 해주기도 한다. '비교당하기 싫어서' '너한테 지기 싫어서'라는 이유가 강한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이 같은 이유가 동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는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라고 포장하듯 말하지만 그 포장지를 까면 '주위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샘나는 상대방을 꺾기 위해'라는 동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위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신경 썼고 누군가를 뛰어넘었으면 했다. 근데 그렇게 살다 보니 언제부턴가 나 자신의 형상이 사라져 감을 느꼈다. 스스로에게 "주위 사람들이 뭐 나한테 밥 먹여주냐"라고 물으니 "아니 절대"라고 대답했다.
어릴 적부터 비교가 당연한 줄 알았던 나는 그 삶에 순응하며 살았다. 주위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됐고 나 자신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았다. 나의 부모님은 겉으로 남들과 나를 그다지 비교하지는 않으셨지만 마음속에는 내 아이가 더 잘났으면 하는 마음은 당연히 있었을 거다. (이 점은 부모님께 꽤나 감사하다) 이런 가정환경에 자라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회에 융화될 수밖에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남들과 똑같이'라는 문구가 꽤 중요하게 느껴졌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가 첫 휴대폰을 사서 '리듬스타'라는 게임을 하는데 그게 어찌나 부러웠던지(그 당시 매우 유행했던 모바일 게임이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휴대폰을 빌렸고 몰래 집 책상 밑에서 혼자 두 엄지를 현란히 움직이며 신나게 리듬을 타다가 힘의 전성기였던 엄마에게 등짝을 내어주었다. 그 이후 엄마가 평균 95점을 넘으면 첫 휴대폰을 사준다고 했고 내 인생 처음으로 평균 95점을 넘겨 '남들과 똑같이' 휴대폰을 가짐으로써 비교당하지 않았다. 얼마 못 가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휴대폰 사양으로 또 비교당하기는 했지만 뭐. 학창 시절 학교 내에서는 공부실력, 축구실력, 싸움실력이 가장 큰 비교대상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공부 말고는 아무 쓸모없는 거였지만 그 당시엔 그게 전부였으니까.
성인이 된 후에도 장르만 달라졌을 뿐 달라진 것은 없었다. 남자들은 "군대는 어디를 나왔나요", 여자들은 "누가 더 예쁜가요" 라며 또 비교의 늪에 빠져있었으니 말이다. 남자들은 나이를 먹어도 지겹도록 군대 이야기를 참 좋아한다. 그러던 중 "와 개꿀 빨았네"라는 말이 나오기라도 하면 그때부터 말싸움이 시작된다.(필자도 저 말을 듣기 싫어 일부러 힘든 곳을 지원한 얘기는 안 비밀이다) 원래 자기가 겪었던 곳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는 법 아니겠는가. 그 이후에는 "취업을 누가 먼저 하는가"라는 주제였고 힘들게 겨우 취업을 하고 나니 "누가 연봉이 가장 센가"라는 주제가 파생되었다. 이 마인드 맵은 끝이 날 것 같지 않았다.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직장에서는 "누가 더 일을 잘하는가"를 제일 중요하게 따졌고 부가적으로는 주위 기혼자와 커플들을 들먹이며 "넌 왜 연애 안 하냐, 결혼 안 하냐"라며 따졌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주위 사람들이 절대 나한테 밥을 먹여주지 않는다. 최근에 필자는 이 지긋지긋한 비교의 늪에서 빠져나가려 노력하고 있다. 나와 함께 동행하겠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며 혹시라도 먼저 이 늪을 빠져나간 그대들이 있다면 밖에서 나의 손을 잡아주기를 기도해 본다. 세상에서 나 자신이 가장 중요하고 나 자신부터 챙겨야 한다.(그렇다고 이기적으로 살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나 자신부터 챙기다 보면 주위 사람들은 따라오기 마련이니, 남들에게 맞춰 나를 가꾸기보다는 나에게 집중하는 자세가 필요한 요즘인 듯하다. 그대들도 함께 나와 이 비교의 늪을 빠져나가보는 건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