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즉흥.. 글
봄날의 셀프 세차장에서 생긴 일
우리에겐 1호 차와 2호 차 두대가 있다.
디젤 차인 1호 차를 폐차하고, 2호 차를 사려고 했다.
폐차하기엔 너무 아깝고 고운 15년 된 1호 차를 독립하는 큰애에게 빌려주고 운전이 노련해질 때까지 타도록 했다.
큰애의 연습이 끝나면 작은애의 연습 차로 알뜰히 타고, 매연 검사를 꼼꼼히 하며 타다가 폐차할 예정이다.
아무리 비싸고 큰 많은 국내외 차들이 있어도 2호 차는 우리에겐 최고인 그까짓 국산 중형 Hibrid SUV 다.
4년이 되었으나 20000도 뛰지 않았다.
아직 쓸만한 11호 두 다리가 있으니 웬만하면 걸어 다닌다.
우리가 만나 함께 타는 마지막 차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한다.
우리는 애지중지 2호 차를 셀프 세차한다.
주로 남편이 혼자 다니지만 어쩌다 상황이 맞는 날이면 함께 세차를 간다.
함께 세차를 가서 내가 하는 일은
기둥에 붙은 단말기에 효율적으로 카드를 찍어주기, 뿌려진 거품을 스펀지로 세세한 곳까지 거품을 묻히는 일, 마지막에 꼼꼼히 물기를 닦아주는 일이다.
평소에 남편이 혼자 다녀오면 아이들이 어릴 때 목욕을 남편에게 맡기면 생기는 현상과 똑같다.
헹궜는데 거품이 남아 있고, 그렇게 물을 뿌려대고도 희한하게 먼지가 남아 있다.
하지만 찔끔 눈을 감으면 그만이다.
함께 세차를 가면 2호 차의 광택이 다르다.
그리고 세차가 끝나면 모처럼 카페에서 커피도 한잔 마시고 들어오는 어쩌면 소확행 데이트 코스이다.
오늘도 마지막 카드를 찍고, 남편이 마무리를 하는 동안 기분 좋은 마무리를 위해
나는 거품 스펀지를 그대로 집에 들고 오면 귀찮으니 수돗가로 가서 빨래를 하다 벌어진 일이다.
수돗가에서 하늘색 고무장갑을 끼고 거품 뭍은 스펀지를 열심히 빨고, 탈수기를 돌리고 있었다.
“아줌마 쓰레기통이 어딨어?”
끝이 짧은 말과 동시에 쓰레기를 나에게 내민다.
두리번거리며 보니 주변엔 아무도 없이 나와 그 벤츠 아저씨뿐
‘뭐 나? 어쩔?’
답도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저기 사무실 쪽에 있어요”
넌 대체 왜 대답을 한 거냐!!!
맨 얼굴에 머리를 질끈 묶고 고무장갑을 낀 내 몰골이 심란스럽긴 했다.
기분이 상했는데 멀리서 차의 물기를 닦고 있던 남편에겐 말하지 않았다.
“함께 오니 1/3쯤 편하긴 하다”
‘숫자는 넣지 말지 누가 공돌이 아니래냐?’
입을 다물고 뒤틀린 마음의 소리를 숨겼다.
“고압세척 물총이 새는 바람에 옷이 너무 젖어서 오늘은 커피 마시지 말고 그냥 집에 가자 “
“그러든지!!!!!”
결국 버럭질을 해버렸다.
마음속으로 궁시렁 궁시렁....
‘아놔! 까짓 벤츠..난 소싯적에 기사 딸린 차 타던 사람이다. 왜!’
유치하고 자존감이 피폐해진 마음의 소리가 내 귀에 들려온다.
언제나 봄은 힘들다.
봄날엔 별거 아닌 일에도 자꾸만 자존감이 떨어진다.
앞으로 봄은 몇 번이나 내게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