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비루함으로 말미암아..
브런치 생활 5개월째를 지나고 있는 지금..
며칠간 글에 대한 부끄러움이 느껴지고 있다. 한동안 들지 않았던 생각이 든다.
‘탈퇴할까?’
좋은 글들을 보며 자꾸만 위축이 되었다.
누가 시켜서 쓰는 것도 아니면서 뭘 그렇게 무겁게 생각하는 거냐고 묻는다.
답이 없어 답답했다.
뒤척이던 늦은 시간 꽥꽥 거리는 재난문자에 화들짝 놀라 잠은 천리만리로 달아났다.
이 밤중에 외출을 자제하라는 건 무슨 뜻인지.. 날이 밝으면 나가도 된다는 건지.. 당장 나가서 삐라(전단)를 주워 군부대에 갖다 주라는 건지..
재난상황인데 나는 어떻게 하라는 건지..
‘내용을 알 수 없는 것은 내가 난독증인 탓인가?’
일어나 앉으니 밖은 깜깜하고, 마음은 재난문자처럼 더욱 불안했다.
요점을 알 수 없는 재난문자가 마치 내 글처럼 생각되었다.
침침한 눈으로 작은 불빛에 의지해 코를 찾아가며 수박 수세미를 하나 만들었다. 수세미 실이 바스락바스락 거린다.
달콤하고 시원하진 않지만 아삭아삭한 수박을 뜨고 나니 좀 나아진 것도 같다.
잠을 설친 밤이 지나고 나니 피로가 느껴진다.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엄마가 일어났다는 표시정도의 별거 아닌 새벽밥을 해먹이고 아이를 내보냈다.
“넌 혼자가 아니야. 힘내! “
처음 새벽밥을 할 땐 깜깜하고 추운 겨울밤이었는데 어느덧 환하게 밝은 초여름의 새벽을 맞는다.
시간의 흐름이 느껴졌다.
새벽밥과 함께 시작된 브런치의 새벽 글쓰기.
수박을 한 조각 목구멍으로 넘겨서 그런가 조금 숨구멍이 열린 것 같다.
뻑뻑한 눈과 손으로 책장을 펼친다.
<글쓰기의 최전선>중 서문인 나는 왜 쓰는가 를 읽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이 서문은 책의 모든 것이어서 읽고 또 읽는다. 언제나 용기를 준다.
아마도 초심을 잃고, 힘이 많이 들어갔던가 보다. 힘을 빼고..
차곡차곡 쌓아보자.
내 삶이 그랬듯이 꾸역꾸역 쌓아보자.
“늘 그래도 쓰며 살았지 않니!”
수박을 한 조각 더 밀어넣고,
오늘도 부끄러운 글의 발행를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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