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즉흥.. 글
글은 글을 부른다.
나는 매일 뭔가를 쓰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 지병이 있다.
연재글도 다듬어야 하고, 새로운 글도 써야 하는데 도저히 글을 쓸 수가 없었다.
갈 수 없는 먼 곳에서 부모 같던 마지막 남은 이모가 세상과 이별을 하신 일은 마음에 구멍이 커다랗게 뚫리며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이억만 리에 사셔도 내가 마음을 의지할 마지막 어른이었다.
봄에 나누었던 마지막 전화 속 이모의 음성은 고단한 삶을 사신 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언제나 처럼 명랑하고, 감정적이지 않고 긍정적이었다.
이모는 내 결혼식에 멀리서 오셨다. 연한 노란색의 한복을 입고 예쁘게 웃으셨다.
그 웃음이 선하게 떠오른다.
나는 아직 기둥처럼 버텨주던 그분들을 대신할만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데 의지와 상관없이 그 위치에 올려졌다.
생각이 자꾸 한 가지로만 일축되었다.
어제 글을 못쓰겠다고 시간 글을 쓰고 나니 혓바늘이 느껴졌다.
강박은 아닌 지병이 도졌다.
혓바늘의 따가움은 온몸을 찌르는 듯했다.
정신이 번쩍 든다.
오늘 아침
지난 혹독한 겨울을 지낸 아이가 터널을 지나 뜨거운 여름 속으로 뛰어든다.
첫 출근 날이다.
겨울과는 사뭇 다른 희망적이고 기쁜 아이의 발걸음이 보인다.
큰 녀석이 동생에게 선물해 준 새 신발을 신었다.
“좋은 신발 신고 좋은데 멋진데 많이 다녀라”
어느덧 아이가 나보다 앞서 어른이 되고 있다. 청출어람이다.
어물쩡 거리며 시간 보내지 말자.
인생의 반이 지난 건지 80%를 지난 건지 모르는 나의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어른이 남기신 자리를 잘 물려받으려 한다.
“정신 차려!”
아이를 내보내고, 이번주 연재 예정글을 마무리하고, 다음글도 다듬어졌다,
신기하게도 글을 쓰니 또 글이 써진다.
글은 글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