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사이 Feb 12. 2024

감탄과 감동

고유성을 지키고 싶다


우리 집의 이과성향 사람 둘과 문과성향 사람 하나가 대화를 할 때 견해를 좁히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얼굴을 붉힐 필요는 없으니 항상 조심하고 상대가 가진 것을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가끔은 상대방의 존재를 잊는 날도 있다.

그들이 그럴 때도 있고, 내가 그럴 때도 있다.

식사 중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가 주제가 되었다.

하드웨어가 직업인 사람과 소프트웨어를 전공한 사람이 감탄을 하면서 새로운 기술의 발전에 놀라워하면서 빠른 습득을 해야 한다며 쿵짝이 잘 맞는다.

다정한 대화를 하는 것이 보기 좋았다.

AI가 인간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걱정과 함께 둘은 여러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이야기를 하다가 예술작품을 훌륭히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말을 하며 점점 둘만의 높은 산으로 가고 있었다. 그 거슬리는 말들은 내 귓속을 침범했고,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어허! 이들이 나를 잊었구나 ‘

더 이상 듣고만 있을 수 없는 선에 왔다.


다빈치의 그림과 모차르트의 작품과 같은 훌륭한 예술가들의 방대한 자료가 입력된 AI가 얼마든지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감탄할 것이다.

완벽한 구도와 색채를 아름답게 구현할 수 있겠지..

완벽하고 아름답고 정확한 선율도 찾아낼 수 있겠지..

그러나 예술이 청각과 시각만으로 감동을 주는 것이던가..

그 작품이 탄생되기까지의 인간의 삶과 고뇌가 들어있고, 우리는 같은 인간으로서 감동을 느끼는 것이고, 그것이 예술이다.

김창열 화가의 물방울 그림을 좋아한다.

아주 어릴 적에 보게 되었는데 그 크고 작은 물방울의 곡선과 투명함, 기다란 그림자로 인해 느껴지는 입체감을 보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캔버스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신비로운 물방울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어쩌다가 물방울을 그리게 되었을까 궁금해진다.

AI를 논하던 사람과 제주에 갔을 때 그는 이중섭 미술관에 가고 싶어 했다. 우린 아주 한참 동안 그곳에 머물렀다.

그 사람은 이중섭의  <섶섬이 보이는 풍경> 그림의 아름다운 색채와 따스함에 감동하며 오랫동안 서있었다.


어린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1시간이 넘는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을 연주하는 것을 듣다가 내 손가락에 저릿함이 느껴지더니 눈물이 났다.

감탄스러운 기교의 아름다움을 느낀 동시에 고통을 느꼈다.

’ 저 어린아이가 비 오는 날이면 어깨에 돌을 얹은 것 같겠구나. 아프겠다..’

그것이 로봇이 하는 연주가 아니었기에 감탄을 넘어서 감동을 느끼는 것이다.

 곡이 탄생하기까지의 리스트의 인생과 어린 피아니스트의 땀방울과 인간이 다할 수 있는 혼신의 힘이 듣는 이에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과학의 발전은 분명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다. 그러나 DNA를 복제하고, 원자력 발전소를 세우고, 신기술을 만들어내는 등의 과학적인 발전은 어쩌면 인간을 이롭게 할 거란 이유로 인간의 설자리를 잃게 하고, 인간의 사는 환경을 점점 열악하고 불안하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망가트린 지구를 빠르게 포기를 하고 다른 행성을 찾아 나서려는 것 또한 옳은 일일까?

일련의 일들이 기계가 인간의 영역을 탐내는 것 같아 비윤리적이란 생각에 과하게 몰입되어 버렸다.

아주 편향되고, 주관적인 나의 생각을 쏟아냈다.


“앗!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어떻게 내 입에서 말이 이렇게 술술 잘 나왔지?”

두 사람을 야단친 것은 아니었는데 내 이야기에 차분해지며 정신을 차렸는지 공손해진 자세를 보니 과하면 안 좋다는 말을 하려다가 내가 과해진 셈이 되었다.

그 둘이 내 말을 이해하고 공감했는지는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내가 가진 생각을 주장하여 신문물에 감탄을 하며 다정한 대화를 하던 두 사람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 그러지 말걸 그랬나?‘

‘ 그들의 감탄이 감동이었을까?’


나도 때론 Chat GPT의 무시할 수 없는 대화 수준과 글솜씨에 놀라고, 두려워진다.

사람의 고유성을 대체할 기계가 없도록 쓰고 싶다.

살금살금 조용히 그러나 열심히 감동을 만들고 싶다.

나에게도 감탄을 넘어선 감동을 쓸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