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가 난 일요일이었다. 사고와는 별개로 아침에 눈을 떴는데 천장이 빙글빙글 돌았다. 평소에도 앉았다 일어나면 가끔 어지럼증을 느꼈지만 ‘이건 뭐지... 왜 누워있는데 빙빙 돌지’하는 생각을 했다. 1~2분 남짓 괜찮아지길 기다리며 누워있었는데 갑자기 속이 메스껍고 구토가 나왔다. 노란 위액과 함께 위까지 나올 것처럼 한참을 토하다가, 거실 바닥에 앉아 TV에서 흘러나오는 여객기 사고 뉴스에 눈을 뒀다. 어느 날 갑자기 예상치 못한 사고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날 나의 일상도 멈췄다. 먹지 못했는데도 몇 번을 더 토하고 앉아있기를 반복하다가 인터넷에 증상을 검색한 후 병원에 갔다.
‘귓속 전정기관에 있어야 할 이석이라는 칼슘이 반고리관으로 떨어져 나와 체액 속을 흘러 다니며 어지러움을 유발하는 이석증’이라고 했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의 병으로 여겼던 증상이 내게 나타났다는 게 당황스러웠다. 의사는 침대에 앉은 나의 고개를 막 흔들어대더니 눈동자의 떨림을 들여다보다가, 내 머리를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돌려가며 눕혔다 일으켜 세우길 반복하면서, 떨어진 돌가루(칼슘가루)의 위치를 바꾸는 듯했다. 눈만 감아도 세상이 빙빙 도는 것 같아 공포감이 느껴지던 어지러움과 누우면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에 앉아있는 것 외에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만들던 구토 증상이 거짓말처럼 나아졌다.
집에 와 반고리관이 대체 어떻게 생겼나 싶어 책을 찾아봤는데, ‘이 작은 기관에 돌가루가 좀 떨어졌기로서니 이렇게 큰 사람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보니 1~2년 전쯤부터 장거리가 아닌데도 차를 타면 멀미가 났고, 놀이동산에서 예닐곱 살 아이들도 탈 수 있는 뒤로 가는 기차놀이기구를 탄 후 1시간 넘게 토하느라 고생한 기억이 떠올랐다. 이석증의 전조증상이었나 보다. 그날 병원에서 치료받고 난 후 다행히 아직 심한 어지러움이 재발하지는 않았지만, 엘리베이터를 탈 때, 운전하면서 후진할 때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의 불편함이 남아 있다.
젊어서는 밥보다 일이 우선이었고, 정신을 맑게 한다며 빈속에 커피를 부으며 식도를 타고 위까지 커피가 내려가는 느낌을 즐겼다. 온몸에 카페인이 퍼지면서 힘이 솟는 듯한 느낌도 좋았다. 40년 넘게 들여다볼 생각은 하지 않고 부려먹은 내 몸이 이제 신호를 보내나 보다. 돌가루 부서져 내리듯 작은 나사 하나 빠진 데는 없는지, 덜컹거려 조일 곳은 없는지, 뻑뻑해져 기름칠해줘야 하는 곳은 없는지 살펴야 할 때를 알려주는 신호.
이석증이란 신호에 답하기 위해서 커피를 줄이기로 했다.(끊어보려고 했는데 5개월 넘도록 실패해 하루 한 잔으로 타협했다.) 비타민D가 좋다고 하길래 알람을 맞춰 먹고 있다. 비타민D가 좋다면 햇빛도 좋을 것 같아, 볕 잘 드는 창가가 있으면 일부러 그 자리에 가 앉는다. 싱겁게 먹고, 운동도 거르지 않으려고 애쓴다.
여러 안전사고도 마찬가지일 거란 생각이 든다. 속도를 앞에 두면서 놓치는 게 없는지, 수익 때문에 무시되는 게 없는지 살피는 것. 당연한 듯 고마운 줄 모르고 누려온 일상을 이어가기 위해서 눈에 띄지 않는 것을 살피고 귀 기울이는 게 필요하다.
올해 받아야 할 건강검진은 숙제처럼 하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