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긋접목에 관한 보고
언젠가 이국의 화산을 보고 왔다는 친구에게 조른 적 있다. 나도 거기에 데려가 달라고.
친구는 품속에서 화산을 꺼내어 보여 주었다. 화산은 조그맣고 납작했으며 직사각형의 종이 속에 죽은 듯 잠들어 있었다.
샛누런 화산의 알들이 널려 있었다. 작은 점처럼, 친구도 거기 있었다. 친구는 화산과 알을 저로부터 멀찍이 떨어뜨린 채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친구는 화산의 불손한 침입자 같았고, 그런 자신의 처지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금방이라도 알을 훔칠 것 같아.
내가 말했다.
그럼 죽어. 저것은 유독가스를 내뿜거든.
친구가 말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면, 알을 훔쳤을 거야.
내가 말했다.
네 장례식을 준비하기 위해 나는 새벽부터 바빠지겠네.
친구가 말했다.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친구가 나를 화산에 데려가지 않을 것을 알아 버려서, 그러나 저 평면 속의 알들은 너무나 입체적이어서, 태동하고 있어서, 눈알들이 금방이라도 쏟아져 나올 것 같아서, 허나 평면의 문은 굳게 닫혀 있어서, 내가 화산과 알들과 우스꽝스러운 포즈의 친구보다도 너무너무 거대하여서.
친구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나를 달랬다. 괜찮아 우리 모두 죽어. 네가 죽으면 나도 금방 죽을게. 어떤 오해를 하고 있는 듯 친구는 그 말만을 거듭했는데 그 어긋남은 때때로 기이하기도 아름답기도 혹은 기이하여 아름답기도 하였다. 나는 어쩌면 그것이 친구와 나의 전부이겠다고 여겼고 어떤 견자(見者)가 우리를 아주 먼 곳에서 바라본다면 화산의 모양으로 보이겠다고도 생각하였다.
그러나 내 안에 솟구치는 것은 도착의 감각이 아니어서, 단지 모방된 친구와 나, 가 서서히 화산을 향해 기어가고 있다는 느낌뿐이어서 나는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친구도 함께 울기 시작했다. 친구와 나, 가 눈물을 쏟는 가운데 어느 순간부터 평면 속의 화산과 알들은 우리의 손을 떠나 팔랑팔랑 날아가기 시작했다. 날아가는 동안에도 사진은 흔들림 없이 선명했고 빛을 받을 때면 반짝이기도 해서, 어떤 한 시절의 상징처럼 보이기도, 아무 항구에도 정박하지 못하고 흘러가는 배 같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