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5.
“혹시 기적이 있다면”
이번 한 번만, 우리에게 와줬으면
Chapter 1. 다시, 밥상에서부터
Chapter 2. 잠들지 못했던 시간
Chapter 3. 엄마의 마음을 감싸다
Chapter 4. 내가 엄마의 행복이 되어줄게
Chapter 1.
다시, 밥상에서부터
엄마가 완치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계속되는 항암치료 속에서도
묵묵히 견뎌내는 엄마를 보며
우리는 그저 고맙고, 또 미안하다.
문득 생각해 봤다.
엄마에게 암이 온 건,
소홀했던 우리 때문일까.
엄마는 아픈 아빠를 간호할 때
매번 끼니를 제때 챙기지 못했고,
늘 늦은 밤 혼자 밥을 먹어야 했고,
그 식사마저 급하게 허기를 채우려
인스턴트 음식으로 해결했다.
그렇게 엄마 몸이 지치고,
마음이 무너져버린 그 시간들이
어쩌면 엄마의 병을 키운 건 아니었을까.
우리는 다시 시작해 보기로 했다.
엄마의 식사부터 하나씩 바꾸어나갔다.
그렇게 엄마는 정해진 시간에
밥을 챙겨 먹었고 입맛이 없어도
최대한 끼니는 거르지 않으려 애썼다.
기름기 적은 자연식,
자극 없는 음식들
처음엔 심심하고 맛없다고
툴툴거리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엄마 입맛도
조금씩 달라졌다.
요즘은 오히려 담백한 맛이 좋다고,
속이 편하다고 말한다.
밥 한 술이 약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엄마의 밥상을 신경 써 준비한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천천히
엄마의 몸과 마음을 되돌리는 중이다.
Chapter 2.
잠들지 못했던 시간
엄마는 오랜 시간,
깊은 잠을 자지 못했다.
늘 아픈 아빠를 간호하던
보호자의 시간들 속에서
엄마의 밤은 언제나 깨어 있었다.
아빠가 잠든 사이에도
두 시간에 한 번씩 기저귀를 갈기 위해
선잠을 자야 했고, 조용한 새벽,
온 가족이 자는 그 시간에도
엄마는 늘 아빠 곁에서 눈을 뜨고 있었다.
피곤하단 말도, 아프단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그렇게 스스로를 갉아먹으며
누군가를 돌보는 사람이 되었던 거다.
그렇게 엄마에게도 병이 찾아왔고
우리는 이제야 알게 되었다.
잠이라는 것이,
단지 피곤을 푸는 게 아니라
삶에 있어 참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그래서 요즘 엄마는
늦어도 밤 10시엔 조용히 불을 끄고
천천히 눈을 감으려 노력한다.
어색하고 익숙지 않아도
조금씩,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엄마는 지친 몸이 쉬는 법을
다시 배워가고 있다.
그저 푹 자고,
잘 먹고, 웃을 수 있기를.
나의 바람은 이제 그렇게 단순하고,
따뜻한 쪽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엄마가 맘 편안히 잠에 들 수 있기를.
그 잠이 아픈 엄마의 시간을 지워주기를.
Chapter 3.
엄마의 마음을 감싸다
엄마의 병을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스트레스’였다.
정말 모든 병의 뿌리는
스트레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린 다 알 수는 없지만,
엄마가 혼자 감당해 온 시간들이
얼마나 지치고 외로웠을지
가슴이 먹먹해진다.
자식들에게까지 털어놓을 수 없었던
작고 큰 마음의 상처들.
속으로만 삼키던 걱정과 피로,
그 모든 게 어쩌면 엄마 몸 어딘가에,
조용히 병이 되어 자리 잡은 건 아닐까.
이제부터라도, 조금은 늦었지만
엄마에게 더 따뜻하게 다가가고 싶다.
서툴지만, 사랑을 더 자주 표현하고
엄마 마음이 덜 외로울 수 있도록
곁에서 웃어주고, 말없이 안아주며.
그렇게 엄마에 웃는 날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마음이 편해지고,
아무 걱정 없이 깊이 잘 수 있는 밤이
조금씩, 자주 찾아왔으면 좋겠다.
엄마는 혼자가 아니야.
항상 우리가 곁에 있다고
매일, 매 순간 말해주고 싶다.
Chapter 4.
내가 엄마의 행복이 되어줄게
어느 날이었다.
나는 무심한 듯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엄마는 언제가 제일 행복했어?”
엄마는 잠시 말을 멈추고
창밖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며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는 한참 후에,
무겁게 말을 꺼냈다.
“나는… 행복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
그 한마디가
내 마음을 조용히 내려앉게 했다.
조용히 가슴이 조여왔고,
머릿속에 수없이 많은 생각들이 스쳤다.
엄마의 64년은
행복이라고 불릴 만한 순간 없이
그저 견디고 버티는 시간들이었을까.
어떻게 그런 삶을 살아냈을까.
나는 엄마에게 어떤 딸이었을까.
나는 조심스럽게,
하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엄마… 엄마가
행복한 적 없게 해서… 미안해.”
그러자 엄마는
괜스레 내 얼굴을 보며
말을 돌리듯 다시 말했다.
“행복했던 적 없진 않아…
너희들 보면서… 늘 행복했지.”
나는 알았다.
그 말은, 진짜 행복해서이기보단
행복해야만 했던 순간들이었기에 행복했단 걸.
그날 마음에 다짐했다.
앞으로라도, 엄마의 하루하루에
내가 작은 행복이 되어주겠다고.
엄마의 ‘행복한 기억’을 하나씩,
내가 천천히 만들어가겠다고.
엄마 인생의 마지막 계절이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고,
조금이라도 더 웃음 짓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