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6
"희망과 고통이 공존하는 시간"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하지만 항암은 그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 만큼
너무나 고된 시간들이었다.
희망과 고통이 공존하는 시간
Chapter 1. 병원 인싸, 손숙 씨
Chapter 2. 가지 각색의 사람들
Chapter 3. 작아지는 엄마
Chapter 4. 약해지는 엄마를 바라보는 마음
Chapter 1.
병원 인싸 환자, 손숙 씨
엄마는 이제 병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항암을 하러 입원한 지도 벌써 10회.
처음 병원에 들어설 땐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고 어디를 봐야 할지도
몰라서 두리번거리던 엄마였는데,
이제는 누가 봐도 ‘병원 인싸 환자’다.
병원 입원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간호사들이 반갑게 웃으며 말한다.
“어, 이손숙 씨 오셨네요~”
“어머니, 오늘도 힘내셔야죠!”
그럼 엄마는 간호사를 보며
능글맞게 웃으며 대답했다.
“안면 있는 아가씨네~”
또 때로는 농담도 툭툭 던지기도 했다.
한때는 입원이라는 말만 들어도
잠설치며 종일 울상이던 엄마였는데,
이제는 누군가와 익숙한 인사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어쩐지 조금은 다행이었다.
사실 병원이라는 공간이 아픈 사람들로
가득한 슬픔의 공간일 수도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그 공간 속에 엄마가 여러 사람들과 대화하며,
조금이나마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물론, 내가 바라는 건 병원이
아닌 집에서 일상에서 웃는 엄마지만
그래도 이렇게나마 조금이라도 웃는 엄마가
그저 감사하고 고마웠다.
나는 엄마가 아프기 전엔 몰랐다.
이렇게 간단한 인사가
그 사람에 하루를 견디게 해주는
작은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간호사들 또 사람들에
이 작은 따뜻함이 엄마에게
큰 위로가 되어주는 것처럼.
Chapter 2.
가지각색의 사람들
엄마는 항암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할 때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 사람들과 섞여 며칠을 치료를 받으며,
침대 하나 사이로 서로의 인생이 오가고,
그 틈에서 아픈 사람들 각자의 이야기가
병실속을 오간다.
어느 날은 다리에 물이 차서
걷지 못하는 아주머니,
또 어떤 날은 허리 통증으로
자리에 누운 할머니,
또 다른 날엔 젊은 나이에도
항암을 시작한 아가씨.
그 사람들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오가고 나면
엄마는 조용히 내게 말했다.
“아픈 사람, 정말 많구나…”
처음 엄마에게 병이 찾아왔을 때
엄마는
“왜 하필 나야?”
그 물음과 원망.
그리고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몇 번에 치료를 이겨내며
마주한 사람들.
그 많은 사람들을 마주하면서,
엄마의 물음과 원망은 조금씩 작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두려움은 조금씩
작은 용기가 되고 있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다들 이렇게 버텨내는구나…”
그렇게 엄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아픔을 조금씩 내려놓기 시작했다.
병실속 사람들의 이야기는
엄마의 항암치료.
그 힘든 시간을 견디고 버텨내는
조용한 버팀목이 되었다.
말을 아끼는 엄마의 눈빛,
웃고 있어도 떨리는 손끝.
그런 엄마를 보며 건네오는
“힘내셔야 해요”라는
이 짧은 한마디가 엄마에겐
어떤 약보다도 따뜻했지 않을까.
어쩌면 힘든 치료를 견딜 수 있는 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피어나는
작지만 강한 그 연대감이 아닐까.
Chapter 3.
작아지는 엄마
엄마는 가끔 나에게 긍정의 힘을 말하곤 했었다.
“힘든 것도 다 지나간다, 견디면 된다”
나는 매번 엄마의 그 의지가 고마웠다.
하지만 치료가 계속될수록
엄마의 긍정은 작아지고 있었다.
항암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항암 12차를 마치던 날,
어김없이 병원에 엄마를 데리러 갔다.
엄마는 치료에 진이 빠진 체 침대에
힘없이 누워 있었다.
눈은 퀭하고, 뺨은 바짝 꺼졌고,
입술은 터진 채 바짝 말라 있었다.
입원한 5일 동안 엄마는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다.
엄마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울컥했는지 울기시작했다.
그리곤 내게 조심히 말했다.
“이제, 그만하고 싶어…
너무 힘들어…”
그 말에 아무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나는 우는 엄마를 보며 울음이 터질까 봐
마스크 속 입술을 꽉 깨물며 고개만 끄덕였다.
그렇게 나는 엄마를 집으로 데려왔다.
힘들어하는 엄마의 기운을 되찾게 도왔고,
그 곁에서 자꾸자꾸 말해줬다.
“엄마, 나도 알아.
이게 얼마나 힘든 건지, 물론 내가 다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엄마가 매번 견디는 거, 그거 정말 대단한 거야.
그러니까, 우리 힘들어도 5일만 5일씩만 힘내자. 응?
그 5일이 지나가면 또 9일은 우리가 웃을 수 있잖아.
그 9일을, 우리 고맙고 소중하게 보내자. 응?”
나의 말에 엄마는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표정에는 지침도 있었지만
작은 희망에 끈을 놓지 않으려는
엄마의 의지도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끝나지 않은 싸움 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꼭 붙잡은 채
다시 한번 이겨내려 노력했다.
Chapter 4.
약해지는 엄마를 바라보는 마음
사랑하는 엄마
그런 엄마가 점점 약해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아프고, 괴로웠다.
정말 숨이 턱 막히는 기분들이 반복됐다.
말을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무게,
조금씩 수척해지는 얼굴,
걷는 걸음이 느려지고,
잠든 얼굴이 전보다 더
깊은 주름으로 덮일 때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
엄마는 지금
15차 항암을 견디는 중이다.
그 어떤 말보다 ‘견딘다’는 말이
이 싸움의 진짜 무게를 보여주는 말 같았다.
치료라는 이름의 고통을 참고,
토하고, 먹지 못해 기운이 빠져도
다시 이겨내는 그 시간들이
우리에겐 소중했고 또 괴로웠다.
엄마는 애써 괜찮은척했지만
진짜 괜찮아서가 아니라,
나와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그 걱정을 덜어주려
애써 마음속 깊은 고통을
꾹꾹 눌러 담은 걸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런 엄마가
더 속상했고 안타까웠다.
한편으론 내가 대신 아플 수 있다면
그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럴 수 없는 현실은 참 야속하게 느껴졌다.
나는 오늘도 엄마에게 말했다.
앞으로도 힘들지만 조금만 더
힘내주었으면 좋겠다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텨내자고
그렇게 견뎌내다 보면 우리에게도
기적이 찾아오지 않을까.
희망이란 건 마음속에 품기만 해도
사람을 살게 하니까 말이다.
그렇게 오늘도 견뎌낸 항암치료가
또 하나의 걸음을 내디딘 거라고 믿고 싶다.
그리고 그 걸음들이 결국엔 기적을 만들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