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간
이 책은 엄마와 아빠의 이야기로 시작되었지만,
사실 끝까지 쓰고 싶었던 건 ‘나’의 이야기였다.
어쩌면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나를 꺼내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엄마가 아프고, 아빠가 떠나고,
매일같이 삶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나는 내 감정을 꾹꾹 눌러 담으며
“괜찮은 딸” 이여야 했다.
회사에선 웃음을 흉내 내고,
혼자일 땐 울음이 터질듯한 날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는 그렇게만 참고
숨기기 힘이 들어 쓰기 시작했던 글.
누구도 들어주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내 안의 무너지는 소리를,
솔직하게 털어내 한편에 이야기가 되었다.
어쩌면 나는 이 책을 쓰는 동안
단 한 번도 편안한 마음으로 글을 적은 적은 없었다.
한 문장 쓸 때마다 가슴이 조여 왔고,
어떤 날은 몇 글자 적다가 눈물이 터졌다.
베개를 끌어안고 소리 없이 무너진 밤도 있다.
가끔은 진심으로 생각했다.
“그냥 모든 걸 끝내버리고 싶다”라고.
삶도, 관계도, 책임도 모두가 너무 버거웠다.
엄마의 고통을 매일 목격하는 일,
감정의 파도가 밀려와 흔들리는 나 자신을 마주하는 일,
아무에게도 말 못 하고 ‘잘 견디는 사람’인 척하는 일.
그 모든 것이 내 안에 우울을 길게 드리웠다.
나는 누구인지, 왜 사는지조차 모를 때가 있었다.
그 끝없는 무게에 가끔은 약에 의지하기도 했다.
“난 괜찮아”라는 웃음 섞인 거짓말이 가장
큰 폭력이던 날들도 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라지고 싶었고,
어디론가 숨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에겐 별일 아닐지 모른다.
“힘들면 울어”라는 말이나,
“사람은 다 그래”라는 위로도
때로는 내겐 날카롭게 다가왔다.
그 말들이 위로가 아닌 상처가 되는 날이 더 많았다.
그동안 나는 엄마 아빠를 지켜본 딸이었고,
아픈 부모 앞에서 무력해지는 사람이었고,
동시에 이 모든 걸 버텨내야 하는 존재였다.
사실 나는 무섭다.
췌장암 시한부 진단을 받은 엄마에게,
앞으로 다가올 일들을 그 시간들을
내가 무던히 지켜주고 견딜 수 있을지 두렵다.
하지만 두려움 속에서도 감사하게 우린 잘 이겨내고 있다.
강한 의지로 엄마는 23회 차 항암을 견디는 중이다.
어쩌면 우리에 앞으로가 조금은
힘들고 아프겠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꼭 지켜내고
사랑하기 때문에 이겨낼 것이며 견뎌낼 것이다.
돌봄이란 대단한 게 아니기에.
그저 곁에 함께 머무르는 시간이란 것을.
그 시간들을 소중히 여기며
우리는 그 시간을 함께 머무르려 한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사람의 마음도,
그 사랑을 보내야만 하는 남겨진 사람의 마음도
결코 둘 중 하나가 덜 아프지 않음을 안다.
나의 시간들을 잊지 않기 위해 나는 이 글을 썼다.
조금씩 적어 내려간 문장들이 어쩌면 나를
꺼내는 시간이 되었고,
나를 꺼내준 이야기로 남았다.
오늘,
〈그들을 가슴에 묻고, 나를 꺼내며〉의 연재를 마무리한다.
끝내 담담하려 애썼다.
읽는 이가 내 감정에 휘청이지 않도록,
너무 무겁지 않도록 조심했다.
그러나 마지막인 지금,
이 글이 아프고 지치고 상처받은 모두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
지금도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누군가의 손을
조용히 잡아줄 수 있기를.
따뜻한 손길 하나가 될 수 있기를.
내가 글을 쓴 이유는 단순하다.
내 삶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고,
내가 겪은 사랑과 두려움, 그 모든 것을
누군가가 알아주었으면 했기 때문이다.
끝으로,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