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엄마의 시간
아빠를 떠나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
엄마는 다시 병원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내 삶은 또다시 흔들렸다.
아빠의 투병을 지켜낸 엄마가,
이제는 암환자가 되어 항암제를 맞고 있다는
현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엄마의 몸은 항암제를
맞을 때마다 무너져 내렸다.
식사를 거부하는 위장이었고,
뼈만 남아 가는 팔과 다리였다.
기운이 빠진 목소리는
조금만 길게 말을 해도 금방 가라앉았다.
그 모습은 몇 년 전 우리가
아빠를 지켜보던 모습과 겹쳐 보였다.
나는 또다시 같은 두려움 속에
갇혀버린 기분이었다.
그런데도 엄마는
여전히 나를 먼저 걱정했다.
입원 가방 속 무거운 이불과
베개는 언제나 내 것이었다.
엄마는 병원 침대에 누워 있으면서도
내가 불편하진 않은지,
추위에 떨지 않는지를 물었다.
자신이 힘들어도 나를 먼저 챙기는
그 마음 앞에서 나는 늘 작아졌다.
환자가 된 엄마를 돌보는 게 아니라,
여전히 엄마에게 돌봄을 받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항암의 부작용은
단순히 몸만 괴롭히는 게 아니었다.
엄마는 자주 예민해졌다.
작은 말에도 눈물을 터뜨리거나,
사소한 일에 짜증을 내기도 했다.
그럴 때면 나는 알면서도 상처를 받았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엄마에게 뾰족한 말을 던졌다.
매번 돌아서면서 후회하고,
미안해서 혼자 눈물을 삼켰었다.
그런 날들이 이어지면서 나는 깨달았다.
우리가 서로에게 내뱉는 짜증과 서운함 뒤에는
사실 두려움이 숨어 있었다는 것을.
엄마는 몸이 무너져가는
두려움 때문에 날카로워졌고,
나는 엄마를 잃을까 봐
두려워서 쉽게 지쳐버렸다.
그 두려움이 우리를 괴롭히면서도,
동시에 우리를 더 붙잡아두고 있었다.
나는 이제야 아빠 곁을 지켜내던
엄마의 시간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때 엄마도 분명 나와 같은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두려움과 사랑 사이에서
매일 무너지고, 또 버티고.
엄마는 그런 시간을
아빠와 함께 견뎌냈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엄마의 곁에서
그 시간을 살아내고 있다.
엄마의 시간은 곧 나의 시간이 되었다.
나는 더 이상 단순히 ‘자식’이 아니었다.
돌봄의 무게를 짊어지고,
사랑을 행동으로 증명해야 하는
보호자가 되었다.
그 자리가 벅차기도 하고,
벗어나고 싶을 만큼 무거울 때도 있다.
하지만 결국 나를 붙잡는 건 사랑이었다.
아빠의 시간에서 배운,
끝까지 곁에 남는 사랑.
나는 안다.
엄마와 함께하는 이 시간이
결코 길지 않다는 걸.
그래서 매일매일의
순간을 조금 더 꼭 붙잡으려 한다.
엄마와 나눈 사소한 대화,
밥 한 숟가락, 손을 잡아주는 짧은 순간까지도.
그것이 언젠가 나를
버티게 해 줄 힘이 될 테니까.
엄마의 시간은
고통의 시간이면서 동시에 사랑의 시간이다.
그 사랑이 사라지지 않게,
나는 오늘도 엄마 곁을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