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진단, 그리고 두려움”

part 2.

by 이안


"갑작스러운 진단, 그리고 두려움"


의심됩니다.

담담한 한마디가

우리 안의 모든 평온을 무너뜨렸다.






갑작스러운 진단, 그리고 두려움


Chapter 1. 두려움 속의 기도


Chapter 2. 말하지 못한 면담


Chapter 3. 내 세상이 무너졌다


Chapter 4. 감추어진 진실







Chapter 1.


두려움 속의 기도


아빠를 보내드리는 상중(喪中)에도

우리는 슬퍼할 틈 없이 기도했다.


제발, 엄마는 괜찮기를.

아빠가 엄마 아픈 것까지

다 가져가셨기를.


아빠 사진을 붙들고 간절히 빌었다.

한 번도 그렇게 기도해 본 적 없는데

그날만큼은 정말 하늘을 붙잡고 싶었다.


엄마는 아빠의 마지막 길조차

함께하지 못한 채 병원에서,

수액과 싸우고 있었다.


치료는 길고, 지치는 일이었다.


담관과 췌장 머리 부위에서

‘혹’이 발견되었다.


양성인지, 악성인지 아직은 모른다고 했다.


정밀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우리는 매일같이 불안 속에 숨을 삼켰다.


배액관으로 담즙을

빼내며 버틴 시간,

한 달.


한 달 동안 엄마는 사람 같지 않았고

우리는 하루도 사람처럼 숨 쉴 수 없었다.





Chapter 2.


말하지 못한 면담


악성 염증일 수 있다던

그 말이 진심이길 바랐다.


다시 웃을 수 있는 가능성이길,

그 작은 희망이 거짓이

아니길 간절히 빌었다.


아빠의 장례를 마치고

나는 곧장 엄마의 병실로 돌아왔다.


마음속에 아빠를 묻고,

눈물은 덮은 채,

이번엔 엄마 곁을 지키는

보호자가 되었다.


슬퍼할 틈은 없었다.

두려울 새도 없었다.


그저 한 사람, 엄마.

그 사람만은 지켜야 한다.


그렇게, 검사 결과가 나오는 날이 되었다.

담당 의사로부터 보호자 면담 요청이 왔다.


엄마 몰래, 나는 조용히 진료실로 향했다.


의사는 내게 말했다.


“어머니 슬하에 있는 자식분들, 남편분…

다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순간, 심장이 멈춘 것 같았다.

왜… 모두를 부르자는 거지.

어떤 말을 하려는 거야.


나는 숨을 삼켰다.

몸은 진료실에 있었지만,

마음은 무너진 채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Chapter 3


내 세상이 무너졌다


“췌장암입니다.”


의사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은

짧았지만, 그 순간 내 안의 시간은 멈춰버렸다.


그 한 문장이,

우리의 모든 일상을 뒤흔들었다.


단순한 염증이길 바랐고,

혹시라도 오진이길 바랐던 마음은

그 짧은 진단한 줄에 산산이 부서졌다.


의사는 침착하게 설명했지만,

그 어떤 말도 내 귀엔 들어오지 않았다.


수술은 불가능하다는 말.

복부 전이, 쇄골, 림프절까지 이미 전이됐다는 말.


그리고… 항암치료를 시작하지 않으면,

앞으로 6개월이 고작이라는 그 말.


나는 숨을 삼켰다.

숨이 턱 막혔다.


엄마를 살려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술은 굳어 있었고,

눈물은 아무 데서도 멈춰주지 않았다.


진료실의 공기마저 무겁게 가라앉았다.

의자의 차가운 감촉, 형광등 불빛,

모든 게 낯설고 잔인하게 느껴졌다.


내가 듣고 있는 이 말들이 정말 현실인지,

지금 여기가 병원이 맞는지조차 헷갈렸다.


“가족들 모두와 상의하세요.”


의사는 차분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고개만 끄덕인 채

텅 빈 복도에 나와 천장을 올려다봤다.


눈물이 고이기도 전에,

무언가 안에서 무너져 내렸다.

그날, 내 세상이 조용히 주저앉았다.


‘엄마한테 이 말을… 어떻게 해야 하지.’

‘아니야… 이건 아니야…’


현실은 너무 빠르게 달려왔고,

나는 너무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무서웠다.


살려달라고 외치고 싶었다.




Chapter 4.


감추어진 진실


진료실 문을 나와 병실로 돌아가는 길,

나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너무 무거웠다.


엄마의 눈을 볼 수가 없었다.

말을 꺼내려해도 목이 메고,

눈물이 올라오면 난 핑계를 대며 병실 문을 나섰다.


“화장실 좀 다녀올게”


그 말속엔 수천 개의 눈물이 숨어 있었다.


그렇게 몇 번이고 병실을 나섰고,

결국 간호사실에 가서 조용히 부탁을 했다.


“우리 엄마…그 사실을 몰랐으면 좋겠어요.

그냥… 단순한 염증이라고만 해주세요.

치료하면 나아질 수 있다고…

그렇게만 말해주세요.”


담담하게 말했지만,

속은 무너지고 있었다.


나는 그날, 진실보다 사랑을 택했다.

엄마에 삶의 의지를 지켜주고 싶었다.


아빠가 떠난 지 겨우 며칠,

이제 엄마까지 무너져 버리는걸

보고 있을 자신이 없었다.


의사에게도 부탁했다.


“그 얘긴 하지 말아 주세요.

엄마는… 아직 준비가 안 됐어요.

아니요, 아마… 평생 준비가 안 될 거예요.”


엄마는 그렇게 자신의 병을

‘염증’이라고 믿으며 퇴원했다.


배액관을 찬 채로,

지친 얼굴이었지만 그래도 병원을

나서는 발걸음엔 조금의 안도가 담겨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아이처럼 바랐다.


그 거짓이 영원히 들키지 않기를.

정말 그 말처럼, 그냥 염증이기를.

그리고… 엄마가 몰라도 되기를.


그 아픈 진실을 끝까지,

내가 다 감당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