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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텍사스 말랑카우걸 Aug 13. 2024

공항에서 일어난 두 번의 실수

9학년 때 처음으로 혼자 미국을 떠났을 때 나는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 텍사스 공항에 도착한 뒤 나는 학교 친구와 보안 통과를 위해 줄을 섰다. 내 친구는 미국 시민권자라서 내가 서 있는 줄보다 더 짧은 줄에 서있었다. 친구가 먼저 짐을 찾으려 들어갔고 내 짐도 찾아주었다. 보안을 끝내고 나온 나는 친구가 내 트렁크를 가지고 나온 줄 알고 내 트렁크 없이 밖을 나갔고 공항 밖 친구는 자기 트렁크만 가지고 있었다. 패닉 한 나는 다시 수화물 찾는 곳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당연히 보안관들은 나를 막았다. 내 짐은 내가 책임지고 챙겼어야 했다. 나는 미국에 도착한 첫날부터 공항에서 모든 짐을 잃어버렸다는 죄책감에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나는 타지에서 여권, 지갑, 노트북만 챙긴 채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다. 


미국 학교에 처음 입학하는 거라서 내 트렁크에는 한국에서 가져온 모든 것이 다 있었다. 이불, 베개, 여름옷, 겨울 옷, 속옷, 샴푸, 한국 음식, 필기구, 학교 책, 유니폼 등등... 공항에서는 나를 포함한 여러 유학생들을 위한 학교 버스가 도착하기 일보 직전이었고 나는 완벽하지 않은 영어로 공항 직원들에게 울음이 터지기 직전 목소리로 다시 수화물 찾는 곳으로 들어가 짐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냐고 여기저기 물어봤다. 하지만 그 저녁에 바로 내 수화물을 찾는 방법은 없었고 몇 주 뒤에 내가 공황 Lost and Found에 가서 찾는 방법이나 학교 주소로 내 짐을 보내는 방법 밖에 없었다. 결국 미국에 도착한 당일에 나는 달랑 배낭 하나만 챙긴 채 학교 버스에 올라탔다. 몸은 무거운 짐이 없어 가벼웠지만 마음은 그 누구보다 무거웠고 심장이 어느 순간 철컹 내려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처음 만나는 외국인 친구들이 버스에 탔는데 첫인상을 우는 애로 보이는 건 말도 안 됐다. 우리 학교는 공항에서 최소 2시간이 걸리고 차가 막히면 3시간이 걸린다. 10시쯤 되고 해가 지고 긴 여행에 피곤함을 느껴 잠든 친구들을 확인하고 나서야 하는 깜깜한 버스 안에서 눈물을 흘렸다. 


미국 가기 전에 부모님은 딸을 처음으로 외국에 혼자 보내는 거라서 많이 걱정을 하셨다. 하지만 나는 여우로운 표정을 지으면 국제학교에서 기숙사를 3년이나 혼자 다녔는데 외국 나가는 게 별 일이겠나 하고 부모님에게 걱정 말라고 했다. 그런데 미국에 도착한 지 몇 시간 만에 이런 대형사고를 저지르다니! 너무 부끄럽고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


기숙사에 처음으로 들어오고 나는 애써 태연한 표정으로 내 상황을 기숙사 선생님에게 설명했다. 다행히 선생님이 이런 경우가 몇 번 있었다고 하며 침착한 태도로 짐은 꼭 찾아줄 테니 걱정 말라고 하셨다. 내가 배정받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새 친구들이 나를 맞이했다. 나는 자초지종했고 나는 친구들이 나를 한심하게 생각할까 봐 걱정했다. 하지만 친구들은 나에게 바로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했고 내 룸메이트는 바로 나에게 여벌로 가져온 침구와 몇 벌의 옷을 나에게 빌려주었다. 너무나 고마웠다! 9학년 때 처음 만난 이 룸메이트는 지금 내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다. 서로 같이 사는 게 잘 맞아서 지금까지도 내 룸메이트다. 이 친구는 내가 미국에 와서 처음 사귄 미국인 친구다. 


한 2주 뒤였나? 이제는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ㅎ 기숙사 선생님 중 한 분이 공항으로 운전해 내 짐을 찾아왔고 나는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친구들에게 빌렸던 물건을 전부 다 돌려줄 수 있는 후련함이 너무 좋았다. 


내가 갑자기 2년 전 애기를 꺼내는 이유는 올해도 새 학기 시작하기 전에 실수를 저질러 비행기 티켓을 다시 끊는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한 달 전 나는 시청에서 여권을 재발급받았다. 나는 오래된 여권은 필요가 없는 줄 알고 새 여권만 가지고 가족과 공항을 갔다. 하지만 알고 보니 내 비자가 붙어있는 오래된 여권을 계속 가지고 있어야 된다는 것을 공항 직원한테 들었다. 당연히 집에 갈 시간은 없었고 결국 그 자리에서 당일 탈 비행기를 취소하고 바로 겨우 한 자리 남은 경유 항공편을 끊었다. 나에게 있던 유일한 옵션이었다. 다행스럽게 나는 학교가 개학하기 딱 하루 전에 기숙사에 도착할 예정이다. 새로운 비행기 티켓이 구매됐다는 직원의 말에 아빠는 겨우 식은땀을 멈췄다. 


처음에는 시간을 날린 것 같아 화가 나고 죄책감이 많이 들었지만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고 어쨌든 잘 풀렸으니 예전처럼 울기보다 최대한 긍정적인 마인드로 대처했다. 


“가족을 하루나 더 볼 수 있고, 

미국 가기 전 맛있는 한식을 하루라도 더 먹을 수 있고,

학교에 개학하기 전에 미국에 도착할 수 있다니

완전 러키비키잖아!”


라고 애써 마음을 긍정적으로 돌렸다. 


까맣게 잊고 살다가 며칠 전에 학교 개학 전 공항 관련 큰 실수로 2년 전 있었던 일도 다시 생각나 앞에서 적어보았다. 실수는 할 수 있지만 그래도 나 자신아… 절대로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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