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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란 Aug 18. 2021

브런치 초보 작가의 맨땅에 헤딩기

나는 작가로소이다.

 결과는... 두구두구두구!     


 커다란 축구공만 한 마상(언니, 오빠에게 이르는 막냇동생의 심정으로 쓰는 글이니 ‘5959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봐.’라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시길~)과 빨간 피처럼 선명한 깨달음이었다.


 올봄 제법 큰 문학상에서 대상을 받게 된 나는, 내가 제법 재능이 있는 글쟁이가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졌다. 한 달 전 브런치 작가 신청에도 한 번에 통과하자 자신감이 단단한 석고처럼 들러붙어 목에 깁스를 해주었다.

 '훗! 나도 이제 프로의 길로 접어든 건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그동안 써놓았던 동화를 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글을 올린 날의 조회 수가 20회를 넘지 못했다. 한 2주 정도는 ‘그래, 처음이니까 그럴 거야.’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나는 작가로소이다.’ 큰소리를 치며 버텼다. 하지만 한 달이 다 되도록 같은 일이 벌어지자 점점 변명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 브런치에는 순수문학이 설 자리가 없구먼.

 - 브런치 새 글에만 잠깐 올라왔다(10분 정도?) 화면에서 사라지니 조회할 수가 없지. 이건 내 탓이 아니야!

- 제목으로 낚는 글은 낚시지.     


 내 새끼만 감싸고도는 모지리 엄마처럼 내 글의 부족함은 덮어둔 채 브런치 시스템과 남의 탓만 했다.

 어떤 날은 ‘백이․숙제처럼 독야청청하리라.’ 외치며 허세를 떨기도 했다. 쐐기풀인 주제에 소나무 흉내를 내며 말이다.


 그러다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글의 발행 횟수였다. 거의 매일 올리는 님도 많았고, 하루에 두 번씩이나 글을 올리는 님까지 발견했다. 하루에 무조건 여섯 시간 정도 글쓰기에 투자한다는 글도 보았다. 그에 비해 나는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 글을 올리며, ‘신변잡기의 글이니 그렇게 할 수 있겠지.’ 하고 억지를 썼다. 그랬다. 난 똥고집 좀 부릴 줄 아는 초보 작가였다. 시험을 망친 아이처럼 핑계만 늘어났다.


 한동안 투정만 부리다 얼마 전부터 다시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곱씹으며 보기 시작했다. 역시나 그랬다. 열심히 글을 올리고 많은 구독자를 가진 님들의 글은 공감은 기본이고 감동까지 있었다. (물론 은둔 고수처럼 구독자 수에 상관없이 좋은 글을 올리는 작가님들도 많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동안 가벼운 잽을 맞으며 버티던 나는 묵직한 카운터펀치를 맞고 결국 쓰러졌다. 다행히도 카운트를 외치는 심판이 없어서 아직 퇴장은 당하지 않았다. (후유~)     


 ‘이제 깨달았으니 실천에 옮기면 되겠네.’라고 격려해 주실 분들에게 난 다시 실망? 을 안겨 드리려 한다. 내 눈은 안구건조증으로 오래 모니터 화면을 보기도 힘들고, 허리도 좋지 않다. 다른 작가님들처럼 튼튼한 말벅지도 타고나지 못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천천히 걸어서 운동장을 돌아야겠다. 다른 님들이 네 바퀴, 다섯 바퀴를 돌 동안 난 가끔 먼 산을 보며 천천히 걸어 운동장을 돌리라. 비록 한 바퀴라도 님들과 같은 운동장을 돌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끝까지 걸어야겠다.”      


이런 결심을 하며 소심하게 한 마디 외쳐본다.


 “님아, 꼴찌도 아직 달리고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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