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미술 여행 (9) Fake game

"그건 다 이미지 메이킹일 뿐이야, 모든 나라는 이기적인 똥이야."

by 반하의 수필

어반스케칭을 한 다음날은 석탄 탄광에 가서 목탄으로 그림을 그리는 날이었다. 우리는 본격적으로 빨간 헬멧과 검은 선글라스까지 쓰고 사파리 월드에 가는 것 같은 작은 버스에 탑승했다. 창밖으로는 아주 넓은 검은 땅이 나타났다. 엄청나게 큰 포클레인이 지표면에 있는 석탄을 채굴하는 노천 탄광이었다. 가이드를 해주시는 분이 따로 붙어서 많은 설명을 해주시고 투어를 했지만 내가 알아들은 것은 큐가 영어로 해준 간단한 설명뿐이다. 현재 독일은 2038년까지 석탄 발전을 중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이 커다란 노천 탄광도 거의 다 문을 닫은 상태이고 현재 돌아가는 일도 1년 후에는 전부 멈춰있을 계획이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는데 일자리에 대한 대책은 딱히 없다. 탄광을 운영하기 위해 이곳에 있던 마을 사람들이 저 건너편 마을로 이사를 해서 재정착을 하는 것에 많은 노력이 소요되었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는 그런 이야기였다. 젊은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큰 도시, 서부에 있는 도시로 이주하려 이 도시를 떠난다고 한다. 그래서 젊은 인구가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었다. 큐와 새미는 친환경이라는 국가의 정책 모토보다는 일을 잃어버린 노동자들과 앞길이 더 막막해진 이곳 주민들에게 더 깊은 공감을 하는 듯했다. 그 아이들은 이 모든 친환경 정책들이 Fake game 이라며 독일은 다른 나라들에게 ‘좋은 나라’인 척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이런 짓을 하지만, 결국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석탄에너지를 사 오는 게 현실 아니냐고, 독일의 노동자들은 대책 없이 일자리를 잃어버리고 그 나라의 노동자들은 오히려 독일의 노동자들보다 더 열악한 대우에서 일하는데 그게 과연 좋은 것이냐, Make no sense 라며 독일을 욕했다. 어느 나라도 진짜로 좋은 나라는 없다고 열변을 토하니 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내가 들었던 사회학 전공 수업들에서 늘 독일은 우리보다 더 나은 정책들을 가지고 있었고 특히 환경 부분에 있어서는 훨씬 선진국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어서 좋은 예시 같은 나라였다. 한국과 비교했을 때 그것이 근거 없는 말은 아니었지만, 좋게 생각했던 나라에 대해 독일인들이 "그건 다 이미지 메이킹일 뿐이야, 모든 나라는 이기적인 똥이야"라고 말하자 잠시 어안이 벙벙해졌다. 지난 학기에는 글로벌 사회학 수업을 들으며 과거 유럽의 제국주의, 식민주의가 현재 기후위기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배웠다.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은 자신이 식민지로 삼은 국가들의 자연을 멋대로 파괴하며 자신의 나라로 가져오기 위한 에너지와 먹거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기후 위기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된 땅에 훨씬 더 심각한 피해를 안겼다. 이에 대한 제국주의 국가들의 책임에 대해 배우며 여전히 너무나 불평등한 지구 세계에 대해 개탄하는 마음을 가졌었다. 자신 나라의 탄광의 운영은 중지하지만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서 석탄 에너지를 사 온다면 또 그 나라의 자연은 파괴되고 노동력은 더 싼 값에 팔리고 동시에 이 나라는 더 친환경적인 ‘좋은’ 국가가 될 것이다. 이 나라의 자연은 푸릇푸릇하게 맑은 공기로 보존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독일의 맑은 공기와 좋은 식재료, 큰 공원들은 모두 파괴되지 않은 자연 덕분이었다. 선진국 독일로 발전을 이루면서도 자연이 파괴하지 않은 것은 그 대신 파괴된 가난한 나라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생각이 한번 찾아오자 그다음은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 모른 채 계속 생각에 잠겼다.


클레만 교수님의 차를 타고 클레만 교수님과 함께 아침에 먹을 빵을 사러 간 날, 베이커리에서 빵을 기다리며 교수님의 생각을 물었다. 친구들은 독일이 석탄 발전 에너지를 중지하지만 결국 다른 나라에서 사 온다고, 이게 다 페이크 게임이라고 하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클레만 교수님은 큐, 새미와는 다른 입장이었다. 모든 나라가 독일과 같은 수준으로 석탄 발전을 한 번에 멈출 수는 없지만 일단 우리라도 그렇게 해보자고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나라에서 사 오기는 하지만 그것은 필요한 만큼만 정해놓고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기에 독일은 좋은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는 거였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IMG_7109.jpg





IMG_7110.jpg





IMG_7111.jpg







작가의 이전글독일 일상, 언제나 가지고 다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