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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영 May 21. 2024

잠들지 못하는 밤

깊은 밤이다.


어둠 속에서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마음은 불안에 휩싸여 요동치고,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어느 하나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아, 1분 1초를 겨우 버티며 이불을 뒤집어썼다.


우울은 종종 깊고 강하게 찾아온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감정이 몰아칠 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순간을 버티기 뿐이다. 그 순간을 죽지 않고 버티기. 버텨서 다음날 아침을 맞이하기.


누군가 귓가에 속삭인다.


“살아 있으면 고통스러울 뿐이야. 넌 죽어야 해.”


고개를 저으며 반항해보지만 목소리는 쉬이 곁을 떠나지 않는다. 온갖 노력을 해도 결론이 죽음으로 끝나는 그 절망감을 아는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늪으로 빠질 뿐이다.


여전히 잠에 들지 않는다. 창가를 바라보니 얇은 빛 한 줄기가 들어와 방 안을 비춘다. 빛을 바라보고 있자니 내가 지금껏 찾아왔던 희망과 행복이 그 빛처럼 곧 소멸해버릴 것 같다. 그러니까, 그 전에 내가 먼저 사라지자.


잠들지 못하는 밤이다. 익숙한 시간이기도 하다. 내일은 정신분석 상담이 있는 날이다. 선생님 앞에서는 또 잘 지낸 첫 웃으며 거짓말을 하겠지. 힘듦을 결코 표혆지 못하는 내가 한심하다.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오면 내 눈물도 그치면 좋겠다. 또 하루를 살아낼 의지가 생기면 좋겠다. 온갖 슬픈 것들이 사라지면 좋겠다. 희망은 없다가도 생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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