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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영 May 23. 2024

모순

모순 덩어리인 인간. 바로 나야.


언제나 죽음을 희망하지만 삶을 이어잡고 있어. 죽고 싶다고 말하고 다니지만 아직 살아 있다니까? 그러면서도 삶이 주는 희열을 온전히 느끼지는 못해. 그저, 숨만 붙이고 있는 거야. 정말 모순적이지?


얼마 전 내 독자 한 명이 하늘의 별이 되었어. 나에게 번개탄 사진을 보내고 스스로 사라졌어. 내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냐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몇 초동안 숨이 안 쉬어지더라. 한동안 죄책감에 시달렸어. 내가 그 문자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봤다면 그 분이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결론을 내고 나니 나는 다시 괜찮아졌어. 그런데 이런 내가 좀 웃겼어. 나 스스로는 죽고 싶어 하면서 타인은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나. 이 또한 정말 모순적이지 않아?


죽음을 애타게 바라지만 살기 위한 모든 행위를 하고 있어. 일을 하고 취미생활을 하고 글을 쓰고. 이제는 봉사활동도 시작해. 이쯤 되니 내가 죽고 싶은 건지 살고 싶은 건지 나도 잘 모르겠어. 내 행동과 생각이 너무 모순적이야. 그러니까, 알려줄래?


나는 죽어야 할까, 살아야 할까? 살아야 한다면 무엇을 붙잡고 살아야 할까? 내가 하는 모든 행위들이 의미가 있을까? 나는 정말 잘 모르겠어.


어쩌면 인생은 끝없는 모순의 연속인가봐.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줄타기하는 거지. 떨어진다면 죽음인 거고, 줄 위에 존재한다면 살아내는 거고. 그게 다야. 그리고 오늘의 나는 울면서 하루를 살아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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