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는 밤.
숨 쉬는 것보다 더 자주 더 깊게 생각한다.
'오늘의 나는 어땠는가?
회사를 가고 사람들을 만나고, 일을 했지. 무슨 일을 했더라. 아아.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아.
왜냐면 이런 것들은 한 사람은 내가 아닌 나의 육체가 한 것뿐이니. '
먹먹함.
구름 낀 하늘을 바라보는 것처럼 가슴에 먹구름이 가득 껴서 답답하게 느껴진다.
오늘의 나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움직인 나무인형처럼 꼭두각시처럼 누가 시킨 것도 아니지만 시킨 것처럼
움직이고, 말하고 또 웃었다. 시간은 흘렀고 그 시간에 맞춰 육체의 시간이 흐른 것뿐, 나의 내면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은 밤이 와야만 할 수 있다. 내가 잠을 자지 못하는 이 시간에만 진짜 생각을 할 수 있다.
생각의 시간을 가진 것은 아주 사소한 실수에서도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평범했다. 그저 남들처럼 살았지만 남들보다 먼저 쉽게 깨지는 마음을 가졌었다. 고치는 방법을 몰랐던 나는 다른 이들에게 나의 마음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억지로 마음을 끼워 맞추었고, 다른 이들의 기준으로 인해 맞춰진 마음은 깨지기도 부서지기도 했다. 깨진 조각조각이 마음을 상처 내고 도려내고 덧나게 하는 동안에도 억지로 끼워 맞춰지는 모습을 나는 지켜만 보았다.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가만히 지켜만 보았을까? 내 마음이 찢기고 더 이상 형태를 알아볼 수 없자 그들은 내 마음의 조각을 다 맞췄다고 이제 다 나았다며 돌아섰다. 그저 그들에게는 남의 것, 남의 마음일 뿐 책임이란 없었다. 억지로 맞춰진 퍼즐조각 같은 나의 마음은 이미 본래의 모습과는 다르게 눌리고 찢겨 조각들의 형태를 잃어버리곤 사이사이 틈새가 생겨있었다. 틈새는 점점 커져갔다.
행복한 일, 즐거운 일을 겪으면 틈새로 들어왔고, 힘든 고난이 찾아오면 그 틈새를 찢고 들어오며 다시 조각들은 떨어져 나갔다. 그때마다 처음 마음을 맞추던 그 사람들과 같은 짓을 나는 스스로에게 했다.
억지로 괜찮다며 나를 몰아붙이고, 억지로 웃으며 마음의 조각을 끼워 넣었다.
이제는 나의 손에 마음을 스스로 망가뜨리고, 감정도 점점 잃어버리게 되었다.
잘 못된 방법으로 수없이 반복하며 마음의 조각을 다시 맞추었고, 약해져 버린 퍼즐조각은 더 이상 늘어나지도 찢길 곳도 없어졌다. 그렇게 더는 마음이 부서지면 조각을 억지로나마 맞추는 것조차 할 수 없게 되자 남아있던 퍼즐 조각들은 뚝뚝 떨어져 나갔다.
마음의 조각은 결국 누군가에 발에 밟히거나 날아가버렸다. 찾을 수 없는 심연의 곳으로.
후회했다. 왜 남들에게 내 부서진 마음을 맡겼을까.
그때 내가 그들에게 맡기지 않고, 스스로 내 마음을 보듬어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한탄했다.
그러나 후회해도 늦었다.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이미 돌이킬 수없을 만큼 망가져있는 나를 바라보며
매일 밤 우는 것이, 그것이 나의 유일한 위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