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잡기 위한 작은 실험
대표
면담 대상이 된 신입사원은 여느 친구들과는 조금 달랐다.
디자인을 전공한 친구였다.
실력은 꽤 괜찮았지만, 근태에 문제가 있었다.
출근을 하다 말다, 늦기도 자주 했다. 시간을 맞추는 걸 힘들어하는 모습이었다.
인사과에서도 채용 당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나도 상사로부터 어느 정도 주의사항을 미리 들은 상태였다.
하지만 막상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 처음엔 “이건 대체 뭘까…” 싶었다.
그냥 아예 1시간 일찍 나와버리면 애초에 문제가 없을 텐데 말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 역시 ‘정시’라는 개념에 매몰돼 있었던 건 아닐까 싶다.
세상은 유연근무제로 변하고 있는데 말이다.
정시에 와주면 고맙지만, 안 온다고 해서 내가 어쩔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결국 중요한 건 근태가 아니라, 내게 주어진 업무인 ‘퇴사 방지’였다.
다른 감정은 배제하고, 이 목적에만 충실해야 했다.
그럼 어떻게 퇴사를 막을 수 있을까.
일본 언론에서 흔히 지적하는 신입사원 퇴사 이유는 근무 환경, 급여, 인간관계다.
여기에 최근에는 ‘타이파(タイパ, 시성비)’라는 개념이 퍼지면서,
시간과 노력 대비 결과가 없다고 느끼면 바로 그만두는 경향도 늘었다고 한다.
맞는 말 같지만, 솔직히 별로 영양가 있는 정보는 아니었다.
당장 내가 여기서 무언가 조치를 취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
“이 친구, 디자인 전공이라 했지?”
졸업작품이 궁금해서 보여달라 하니, 아니나 다를까 실력이 상당했다.
어쩌면, 그 졸업작품을 실제로 앱으로 개발해서 출시까지 해본다면?
최소한 그 기간 동안은 퇴사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까지 이른 건, 상사로부터 신입에게 개발 스킬을 가르쳐주라는 별도 요청을 받은 터라 명분은 있었다.
프론트엔드 개발을 담당하고 있던 나는 이 친구에게 ‘디자인 엔지니어’라는 방향을 제안했다.
미국 채용 시장에서는 이미 디자인과 프론트엔드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례를 보여주니, 금방 납득했다.
그리고 본인의 졸업작품을 실제 앱으로 만들어 출시해보자고 제안했다. 좋아하는 주제, 잘 아는 주제를 직접 제품으로 만든다는 말에 눈빛이 반짝였다. (부업을 돕는 면담관...?)
디자인 관련 자격증 공부까지 미뤄두고, 갑자기 앱 개발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조금 놀랐다. 물론 완전 초보라 온갖 삽질을 하는 게 보였지만, 개발이란 원래 삽질하면서 배우는 거니까.
과연 이 친구는 끝까지 만들어낼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 이제는 퇴사 여부보다 그 결과가 더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