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감정읽기
9월 초는 예상보다 분주했다. 벌초 때문에 한국에도 다녀왔고, 그 사이 신입사원의 근태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물론 아직 ‘타이쵸후료(컨디션 불량)’가 잦긴 하지만, 봄과 비교하면 훨씬 나아졌다.
멘탈케어 관련해 공부를 하다 보니, 누군가 옆에서 가볍게 지켜봐 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나 역시 내 멘탈을 챙기기 벅찬 사람인데 다른 이의 멘탈을 돌본다는 건 어불성설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회사라는 곳은 결국 주어진 역할을 다하는 곳이고, 나에게 주어진 몫은 신입사원이 방치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적절히 관심을 보이고, “당신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으니, 간바레(힘내라)”는 신호를 보내는 일.
나는 개인적으로 마냥 남만 좋으면 된다는 이타적인 성격은 아닌지라, 이 시간을 신입사원만을 위해 쓰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신입사원의 멘탈케어와 개발학습을 돕는 틈틈이, 나도 AI와 데이터 공부를 병행하기로 했다. 최근엔 AWS에서 제공하는 AI 자격증을 준비하며, 면담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감정분석’이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텍스트 속 감정을 수치화하고 시각화하는 작업인데, 예전에 디지털 인문학 강연에서 본 적도 있어 흥미로웠다.
파이썬으로 간단히 코드를 짜서 신입사원과의 대화 일부를 분석해봤다. 기쁨, 낙관, 분노, 슬픔 같은 감정들이 추세선으로 시각화되자, 신입사원은 꽤 신기해했다. '이런 것도 프로그래밍으로 가능하구나' 하는 놀라는 분위기였다. 나 또한 재미있었다. 공부가 단순히 시험 준비에 그치지 않고, 눈앞의 상황에 곧바로 응용될 수 있다는 사실에 자기효능감이 올라간다고 할까. 그 뿐만 아니라, 텍스트 속에 우리가 미처 자각하지 못한 감정이 흐르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아, 그때 내가 이런 감정이었구나'라고 돌이켜보며 기술이 주는 자기 성찰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이 시간은, 나에겐 AI와 데이터 과학을 일상 속에서 실험하는 계기가 되었고, 신입사원에겐 기술에 호기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더 좋은 점은 신입사원은 GPT를 활용해 화면을 만들어보라는 내 말에 몇 번씩 살짝 게으름을 피웠지만, 이런 분석을 보여준 후로는 의외로 지시를 잘 따라줬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이유에서 진행하는 '동상이몽'의 면담지만, 얻어가는 것을 하나라도 늘려보자는 취지에서 꽤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