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회사 신입사원 퇴사방지 프로젝트(4)

조용한 성장

by 범생
구단시타회관 옆 우시가후치(牛ヶ淵): 잔잔한 수면 아래 조용히 흐르는 가능성


최근 신입사원 때문에 답답했다.

내가 낸 개발 과제를 자꾸 미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확실히 얘기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오피스에 출근해 면담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있어났다.

무단결근은 고쳐졌지만, 여전히 20-30분씩 지각하던 신입이 10분이나 일찍 출근했다.

순간 조금 놀랐고, 솔직히 '뭐 잘못 먹었나...?'라고 생각했다.


면담을 시작했다.

그동안 해온 감정분석 결과를 함께 보며, 왜 그런 점수가 나왔는지 대화를 나눴다.


‘분노’ 점수가 높게 나오면 어떤 대화가 그런 감정을 만든 건지 짚어보고, AI 분석의 의미와 한계도 이야기했다.

이 과정에서 신입이 조금씩 자신의 태도를 돌아보려는 모습이 보였다.

(외국인 아재인 나의 '작은 빡침'을 눈치챈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솔직히 과제 결과까지 기대하진 않았다.

늘 미뤄오던 터라, 이번에도 적당히 둘러대겠지 싶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신입은 놀라운 결과물을 가져왔다.


디자인 전공이라더니, 실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글자를 하나하나 이미지로 제작해 레이아웃을 맞춘 작업물은 '노가다'의 절정...


솔직히 나였다면 절대로 자발적으로는 못할 것 같았다.

억지로 시켜야 갖은 욕을 하며 겨우 할 수 있까 말까 한 일...


그 뒤로 기초 교육에 들어갔다.

웹페이지 구조와 기본 동작 원리를 직접 보여주자, 집중력이 확실히 높아졌다.


결과물 자체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나는 그 과정을 ‘뼈 만들기 → 옷 입히기 → 동작시키기’ 세 단계로 나누어 설명했고, 신입은 금방 이해했다.


돌이켜보면, 초반부터 근태 문제와 과제 미제출로 속을 썩였다.

신입은 그때마다 "컨디션이 안 좋았다”, “깜빡했다”며 여러 이유를 댔다.


그럴 때마다 솔직히 짜증이 나긴 했지만, 결국 그것도 다 내 조급함에서 비롯된 감정이었다.

사람마다 상황도 다르고, 성장 속도도 다르다.

그렇지만, 작은 태도의 변화와 몰입이 쌓이면 성장은 '조용히' 그리고 '서서히' 나타난다는 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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