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크레 막걸리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고 오래, 꾸준히 하는 것.
하나의 움직임이 결실을 맺으려면 ,
시작의 벅찬 마음에 더해
다소 지겨울 수 있는 어떤 시간들을 이겨내야 할 텐데.
알면서도 쉽지 않을 때가 있다.
낭만을 쫒는 일이라, 스스로 그게 정당하지 못하다고 느껴 버릴 때도 있고.
그렇게 마음이 차분하지 못할 때에는 주로 베이킹을 했다.
달콤하고 예쁜 건 지겨울 리가 없을 테니까. (그리고 그건 매우 옳다.)
막상 일을 하다 보면, 디저트 하나를 만드는 데에도 며칠 밤이 걸리는 일도 있고, 크리스마스 시즌의 슈톨렌을 만들기 위해, 최소 한 달 전부터 건과일을 럼에 절여 두어야 할 때도 있다.
그만큼 노력이 들어가야 하는 일이라는 건데,
막걸리나 내추럴 와인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면
훨씬, 훠얼씬 더 노력이 들어간다.
특히 밑술을 한 번 만들고 덧술을 또 한 번 더해 빚는 이양주 같은 술은 더욱.
쑥크레는 먼저 쑥을 고르는 것부터 시작한다.
고른 쑥을 잘 손질해서 건조하고, 쌀과 함께 버무려 밥을 짓는다.
이렇게 밑술을 한 번 만들고 나서 덧술을 더해 (무려) 100일간의 발효, 숙성 과정을 거친다고.
이곳 주방장 양조장도 젊은 양조장으로, 요리사 출신 사장님께서 대전에 ‘주방장 양조장’이라는 브루어리 겸 비스트로로 운영을 시작하셨다. (아쉽게도 지금은 비스트로 영업은 하고 있지 않다고..엉엉)
어쩌면 쉽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손님들이 ‘양조’문화를 편안하게 느끼길 바라셔서 이런 공간을 기획하셨다고 한다.
직접 만든 술에 좋은 요리를 곁들여 손님에게 내주고, 그들에게 더 좋은 기억을 남기고 싶은 것.
나는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하나 둘 보일 때마다 괜시리 반갑고 응원해 주고 싶다.
나도 처음 이 술을 고를 때엔 ‘쑥’이 들어있어 궁금하면서도 너무 그 향이 강할까 걱정이었다.
먼저 맑은 윗부분만 마셔보면 마치 화이트 와인 같은 향기롭고 달큰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은은하고 부드러운 허브 같은 쑥 향이다. 쑥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생각을 바꿔보라며 권해보고 싶은 맛.
그리고 위아래를 잘 흔들어서 마시면 보다 거칠고 진한 ‘막걸리’를 잘 느낄 수 있다.
입맛에 맞아 한 잔을 아끼고 아껴서 마셨던 기억이 난다.
같이 곁들였던 크림치즈 디저트도 잘 어울렸고,
그래서 산미가 있는 가벼운 치즈 무스와도 굉장히 잘 어울릴 것 같다. ‘주방장 양조장’ 사장님은 봄철 미나리 전과의 마리아주를 추천하신다니, 언젠가 그렇게 먹어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