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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니뇨 Feb 17. 2019

드디어 드라마팀

 드라마 스탭이 되었다. 팀에 막내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이전까지 하던 업계에서도 어차피 막내나 다름없었기에 상관없었다. 위엔 형들이 있었고, 감독이 있었다. 팀 사람들은 하나같이 계속 일해야 한다고 했다. 그만 두면 안 된다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항상 감독이나 퍼스트들이 하는 말은 똑같은 것 같다. "너 이 일 계속 하는 거지?" 라는 말. 그럼 당연히 계속 한다고 하지 알바로만 한다고 했다간 무슨 소릴 들으려고. 난 계속 할 생각이 있어서 들어왔다고 했다. 다들 일이 힘들어서 그렇지 벌이는 괜찮다고 했다. 대충 들어보니 급여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다음 주부터 새로 작품을 들어가니 이런저런 준비를 하라고 했다. 지방에 자주 가서 일주일씩 있다가 올 수도 있다며 여벌 옷을 많이 준비해놔라, 선크림 같은 거 챙기면 좋다. 꽤 많은 준비사항에 대해 얘기했다. 그 다음 중요한 장비를 얘기했는데, 언제 하루 날을 잡아 싹 정리하고 촬영에 들어가자고 했다. 이것저것 무거운 장비를 이리저리 옮기고 정리하는 등 사전작업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이 장비를 다 쓰는 건가 싶었다.


 모 방송국에서 하는 드라마였다. 테스트 촬영이 있을 줄 알았으나 그런 거 없이 바로 들어갔다. 첫 회차 장소는 분당인지 용인인지 아무튼 그쪽에 있는 초등학교였다. 같이 일하게 될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했다. 현장이 어떤지도. 


 장비를 내리고 이것저것 준비를 했다. 어찌나 장비가 많던지. 기본적인 것만 꺼내놓고 상황에 따라 꺼내고 집어넣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모든 장비가 무거웠다. 개중에 가벼운 것들도 있었으나 그것들 또한 쓰다보면 가벼울 수 없었다. 처음이라 어떤 걸 꺼내야 할지, 무엇을 어떻게 결합해야 할지, 보관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라 두리번 거리길 수차례 반복했다. 형들은 답답해서 그런 건지, 날씨가 더워서 그런 건지 시작도 전에 얼굴이 구겨진 상태였다. 여름이었다. 티셔츠는 반쯤 젖어있었다.


 콘티가 없어서 뭘 찍는지 몰라 매 컷마다, 매 테이크마다 헤맸다. 몸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당최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지시할 때만 장비를 날랐다. 서있는 시간이 많았다. 녹음을 해서 움직일 수 없었다. 가만히 서있는다는 게 그토록 몸을 쑤시게 하는지 미처 몰랐다. 물론 장비를 옮길 땐 눈두덩에서 수도없이 떨어지는 땀 때문에 힘들었지만, 서있을 땐 마음마저 서성이게 되어 곤욕이었다. 


 새벽이 되기 전에 끝났다. 공기가 서늘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장비를 정리하며 다시 뜨거워졌다. 촬영은 길고 길었고, 앞으로 난 그것에 익숙해져야 했다. 집으로 가다보니 매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새벽 무렵엔 매미조차 울지 않는구나. 감독은 오늘은 늦게 끝났지만 다음부턴 늦어도 자정은 넘기지 않을 거라고 했다. 난 순진하게도 그 말을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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