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언 셔젤의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 연출자는 자크 드미 류의 뮤지컬 영화에서 비롯된 오마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잘 만들기 위해 노력한 티가 나는 영화이고, 썩 괜찮은 영화이긴 하다. 그러나 때론 연출자의 이상향이라 생각했던 지점들이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 보면 아닐 때가 좀 있다. 정말 괜찮고, 뛰어나고, 아름다운 영화는 아니라고 확언하게 됐다. 어쩌면 오마주라는 것은 순진한 갈무리일지도 모른다.
라라랜드의 미흡한 점을 몇가지 적어보자면
1. 오글거림
실제 무대에 올리는 뮤지컬이나 연극에서와 같은 팔로우 조명이 나오고, 상부에서 스팟라이트 때리면서 달리 인아웃, 줌 인아웃으로 빠르게 들어가는 건 솔직히 촌스럽다. 그걸 중요한 극적 장치로 쓰며 신파를 더욱 신파스럽게 만드는 것도 촌스럽고 오글거린다. 이런 건 오마주가 아니라 클리셰가 아닐지.
2. 장단이 안 맞음
비교적 빠른 템포의 음악이 크로스페이딩으로 휙휙 바뀌고, 마스터 샷을 제외하면 화면전환 속도도 빠른 편인데 비해 대사를 통한 내러티브 전개는 부진하다. 대사는 많고, 롱테이크도 꽤 있고, 동선도 은근 길다. 그래서 긴 호흡을 가진 테이크가 은근 많다. 대사를 계속 읊조리면서 음악 쭉 깔고 나가면 음악이 기본적으로 받쳐주는 게 있는데, 대사와 음악, 화면 전개가 합쳐지지 않고 엉킬 때가 있다. 화면에 보이는 것들에 비해 대사가 잘 안 녹아들고 그것이 때론 관객을 피로하게 만든다.
3. 그것들을 순조롭게 포장하는 재즈 아닌 재즈
재즈가 나오는 건 맞지만 테마송이라고 할만한 것들은 절대 재즈가 아니다. 기껏 해봐야 세 씬에서 재즈가 흐르나. 그것도 테마가 아니라 실제 연주로. 재즈를 별로 안 썼음에도 재즈가 테마라고 느끼게 할만큼 관객을 적절하게 기만했다고는 생각하는데 그닥 좋아보이는 건 아니다.
4. 앰비언스 문제
유심히 보면 배경이 겨울일 때 사용된 앰비언스가 좀 아니라고 느껴진다. 언덕에서 춤 추고 내려갈 때 훅하고 풀벌레 소리가 들어온다. 그것도 꽤 강조된. 물론 캘리포니아의 겨울이 최고 20도에 이른다 하지만, 봄, 여름, 가을에 쓰이는 풀벌레 소리가 들어간 앰비언스는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라라랜드의 몇몇 씬에서 사용된 앰비언스에서 풀벌레 소리가 특히나 두드러졌고, 이건 여름 앰비언스에 가깝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사운드 라이브러리를 뒤져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물론 라라랜드가 썩 괜찮은 영화인 것은 맞다. 때론 러프한 느낌을 주면서도 지미집 등의 그립 장비들을 마음껏 사용한 촬영과(오프닝 시퀀스는 상당히 좋았다.) 음악의 선택, 상투적이지만 재미없진 않은 신파적 요소 등 좋게 볼 수 있는 것들은 충분하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요소들을 봤을 땐 감독이 천재다, 작품성이 월등하다, 미치도록 아름답다 라는 류의 이야기들과 한때 불었던 라라랜드 열풍엔 전혀 공감할 수 없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