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또 다시 봤다. 어떤 영화건 볼 때마다 새로운 게 사실이지만 특히나 이 영화는 많은 것들을 새로이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한 것 같다. 오프닝부터 명대사가 나왔는데, 왜 난 여태 이런 것들을 몰랐을까 후회하며 컷 하나 놓칠새라 나름 꼼꼼하게 봤다. 대사와, 조명, 카메라 워킹, 편집 등. 참 많은 것들을 곱씹게 됐다. 폐교에서의 포커스 아웃된 달리숏, 눈밭에 발을 딛는 개의 풀샷, 괴한들(송강호와 신하균)과의 격투씬에서 보여준 컷 분할 등. 그리고 특히나 박찬욱 특유의 색감이 워낙 좋았다. 색을 찾아내는 엄청난 눈을 가졌다고 느꼈다. 특히나 금자가 딸을 데리고 걸어가는 굴다리의 조명색과 굴다리 시멘트의 색이 잘 어우러져 탄성을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일천한 경험을 통해 화면의 꾸밈새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는 있지만, 아직 기준을 잡진 못한 게 사실이라 레퍼런스적으로 많은 지침이 되는 영화이다. 한동안 폴 토마스 앤더슨의 영화에 빠져있었고, 허우샤오시엔의 '자객 섭은낭'을 보고 허우샤우시엔을 찬양했었다. 물론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화양연화'의 붉은색을 항상 상기하며 양가위를 흠모하는 것도 사실이다. 정말 좋은 감독들의 정말 좋은 영화들을 통해 느끼는 게 많은데, 그럼에도 아직까지 내게 있어서 최고는 박찬욱이 아닐까 생각한다. 곧 나오는 신작 '아가씨'가 참으로 기대된다.
사진은 '친절한 금자씨' 엔딩 크레딧의 삽입곡 목록인데, 여기서 박찬욱의 고상한 취향과 음악에 대한 심미안이 여실히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