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달 필터를 주문한 날
나일즈의 입이 귀에 걸려 있었다. 재무부 부사장이 매출 예상치가 25%나 떨어지는 걸 보고 이렇게 기뻐하는 건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나는 스마트 보드에 띄운 프레젠테이션을 멈추고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You’re either not listening, or you know something I don’t. Care to share the good news that magically cancels out this disaster?" (너 지금 내 말 안 듣고 있거나, 아니면 내가 모르는 정보가 있나 본데, 이 대참사를 상쇄할 마법 같은 소식이 있으면 공유해 줄래?)
나일즈는 킥킥 웃으며 말했다.
"Is that so obvious?" (그렇게 티가 나?)
나는 눈을 굴렸다.
"I went to Capital Grill for takeout last night, right?. When I got to the parking lot, there was this woman standing by my car, looking at the space between our cars. Then she looked at me and asked, 'Do you think this is enough room for you to open the door?'" (어제 캐피털 그릴에 테이크아웃을 하러 갔거든.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내 차 옆에서 어떤 여자가 차와 차 사이의 공간을 바라보며 서 있더라고. 그러더니 나를 보면서 묻는 거야. ‘이 정도 공간이면 차 문을 열기에 충분할까요?’)
"I totally froze. She was so gorgeous that I lost my words. Then she asked if I was okay and if I wanted a glass of water or something. She said she had a dinner appointment in 15 minutes, but she could get me some water. So, I went back into Capital Grill with her, we talked, and guess what?" (나는 완전히 굳어버렸어. 너무 아름다워서 말문이 막혔거든. 그러자 그녀가 괜찮냐고, 물 한 잔이라도 갖다 줄까 묻더라고. 15분 후에 저녁 약속이 있긴 하지만, 물 한 잔 정도는 가져다줄 수 있다고 말이야. 그래서 결국 그녀랑 다시 캐피털 그릴로 들어갔고, 얘기를 나누다가… 그다음에 뭔 일이 있었게?)
그는 잠시 뜸을 들였지만, 우리가 대답할 틈도 없이 스스로 말했다.
"I have a date with her tomorrow!" (내일 그녀랑 데이트하기로 했어!)
그는 마치 터치다운을 성공시킨 하이스쿨 쿼터백처럼 환하게 웃었다.
"You lost your words because she was that beautiful? That doesn’t sound like you. I don’t believe it." (여자가 너무 예뻐서 말문이 막혔다고? 전혀 너답지 않은데? 못 믿겠어.)
룩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I’m serious." (진짜라니까.)
나일즈는 단호하게 말하며 휴대폰을 꺼냈다.
"Look, let me show you." (봐봐, 내가 사진 보여줄게.)
"Wait, you’re already exchanging photos?" (와, 벌써 사진 주고받는 사이야?)
내가 놀라서 묻자,
"No, I looked her up on Instagram and saved it after we parted." (아니, 헤어진 다음에 인스타그램에서 찾아서 저장했지.)
나일즈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며 사진 앱을 열었다.
"Ewww...That’s creepy. You sound like a stalker." (… 그게 뭐야, 소름 끼쳐. 스토커 같잖아.)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나일즈는 살짝 입을 삐죽이며 휴대폰을 내렸다.
"Junsu, shut up and let's look at the photo. That’s nothing these days." (준수, 입 좀 다물고 사진이나 봐. 요즘 세상에 그게 뭐 대수라고.)
리로이가 안달 난 듯 말했다.
그 말에 힘을 얻은 듯 나일즈는 다시 사진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그녀는 진짜 아름다웠다.
그냥 아름다운 정도가 아니라, 할리 베리급 미모였다.
나는 감탄하며 말했다.
"Isn’t she way out of your league?" (이거 못 올라갈 나무 아냐?)
그 순간, 방 안이 조용해졌다. 나일즈의 얼굴이 붉어졌고, 이를 악물었지만 화가 난 건지, 웃음을 참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내 옆에 있던 세 명의 동료들은 눈을 크게 뜨고 있었지만, 웃음을 참고 있는 게 너무나도 분명했다.
"Uh…Did I say that out loud?" (어… 나 이거 소리 내서 말한 거야?)
나는 거의 혼잣말하듯 몸을 웅크리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게 신호라도 된 듯, 동료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그 순간, 나일즈가 벌떡 일어나 사무실 문을 활짝 열며 외쳤다.
"Eileen!!! Eileen!! Come here and listen to what Junsu said to me!!!" (아일린!!! 아일린!!! 와서 준수가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좀 들어봐!!!)
"Oh my god, no, Niles, don't!!!" (오 마이 갓, 안돼, 나일즈, 하지 마!!!)
나는 자리에서 튀어 올라 그의 등에 매달려 입을 틀어막았다. 나일즈는 마치 몸에 붙은 벼룩이라도 떼어내려는 회색 곰처럼 온몸을 흔들었고, 내 100파운드짜리 몸뚱이는 그의 등에 매달린 채 좌우로 흔들렸다. 나는 바닥으로 뛰어내려 나일즈의 앞을 가로막고, 바깥에서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사무실을 들여다보려던 사람들의 면전에 대고 문을 쾅 닫았다.
그리고 뒤를 돌아다보기도 전에, 내가 방금 분수 좀 알라고 상사를 모욕한 것보다 훨씬 더 큰 사고를 쳤다는 걸 깨달았다.
…아, 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