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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 Fast and Furious

예정에 없던 출근길 카 체이스

by 다소니

7:15.

이건 악몽이야.

그럴 리가 없었으므로,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깊이 심호흡한 뒤 다시 눈을 떴다.

7:17.

이번에는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셀폰을 집어 들었다.

7:18.

늦었다.


나일즈가 휴가를 가서 내가 처음으로 나일즈 대신 CFO 에드워드와 리로이, 이렇게 셋이서 만나는 미팅이 9:00에 잡혀 있었다. 교통체증이 없어도 한 시간이 걸리는 거리. 그런데 지금은 출근길 정체가 가장 심한 시간대. 당연히 샤워할 시간 따위 없었다. 이를 닦고, 세수하고, 옷만 대충 걸치고 차에 시동을 걸었을 때가 7:30.


나는 동네를 빠져나와 지름길인 다음 동네를 가로지르고 있는데 앞에 커다란 트럭이 세월아, 네월아 느릿느릿 기어가고 있었다. 커머셜 트럭이 아닌, 명색은 트럭이지만 딜러 쉽에서 나온 후 궂은일이라고는 평생 안 해본 듯 한 희고 광택이 번쩍번쩍한 다지 램이다. 한눈에 봐도, 트럭이 필요한 육체적 노동은 전혀 할 필요 없는 돈 많은 백인 중년 남자가 떨어져 가는 정력을 보상하느라 산 차가 분명했다.

나는 별생각 없이 왼쪽으로 돌아 그를 추월하며 속력을 냈다.

그러자—


그가 갑자기 속력을 내며 내 뒤로 바짝 붙었다.

이게 미쳤나…

나는 욕을 내뱉으며 동네를 빠져나와 하이웨이로 진입했다.

그런데—

그 차도 나를 따라 하이웨이로 들어서더니, 헤드라이트를 깜빡거리며 차를 옆으로 대라는 듯 위협적으로 따라붙었다. 그리고는 급기야 차창을 내리고 뭐라고 소리쳤다.

나는 반응하지 않고 속력을 더 올렸다.

그러자 그는 내 옆, 앞, 뒤를 가로막으며 경적을 울리고, 라이트를 껐다 켰다 하며 광기를 부렸다.

다른 차들은 아무 반응이 없는 걸 보니 내 차에 무슨 이상이 있는 게 아니었다. 이건 단순히— 내가 그를 추월했다는 이유만으로 분노한 운전자가 내게 얼굴을 맞대고 욕을 퍼붓고 싶어 곡예를 부리는 거였다.


나는 하이웨이를 벗어나 국도로 빠졌다. 웬일인지 교통체증이 없어서 제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운이 좋으면 미팅에 늦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전혀 기뻐할 수 없었다. 이 미친놈을 달고 직장에 갈 수는 없고 게다가 그가 내 직장을 알게 되면 이 바쁜 출근 시간 45분씩이나 따라오는 그 집념이 미래에 어떤 불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결국 방향을 틀어 이 거대한 트럭을 따돌리기 위해 추월을 할 수 없는 일 차선으로 들어섰다. 이제 미팅에 시간 맞춰 가기는 틀렸고 대신 티브이 뉴스에서나 보던 카 체이스가 시작됐다. 30분이나 이 길, 저 길을 달렸지만 이 하얀 악마는 용케도 날 놓치지 않고 따라다녔고 설상가상 개스 탱크가 비어 가고 있었다.


결국 탱크가 비었다고 오렌지 워닝 싸인이 떴고 나는 공원 입구에 차를 세웠다. 이 정도라면 저 차주인이 어떤 개지랄을 떨어도 보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트럭이 마침내 옆에서더니 차에서 눈부시게 은색으로 반짝거리고 웨이브진 머리카락에 분노로 얼굴이 자줏빛이 되다시피 한 60 초반의 남자가 얼음보다 찬 파란 눈을 이글거리며 내렸다.


나는 차문을 잠그고 그를 노려보았다. 공포와 분노로 나도 내정신이 아니었으나 또 하나의 내가 냉정하게 그와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삼지창을 들고 토가만 걸쳤어도 꼭 포세이돈 같았을 그는 내가 처음 들어보는 온갖 원색적인 욕을 고래고래 내질렀지만 차에 손을 대지는 않았다. 내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자 그는 “영어도 못 알아듣는 건가?” 하는 표정을 잠시 짓더니 허공에 주먹을 내지르고 트럭에 올라타 빠르게 멀어져 갔다.


10:00. 미팅은 끝났을 것이었기에 나는 천천히 주유소로 가서 차에 기름을 채우고 오피스로 갔다. 긴장이 풀리자 7월 땡볕에도 몸이 떨렸다. 나는 카페테리아로 가 커피를 뽑았다. 커피 컵에 차디찬 손가락을 덮으며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데, 주차장 쪽 문으로 리로이가 들어오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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