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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금작가 Jul 21. 2024

내 앞에 다른 사람인데 나랑 닮았다.

곰씨의 의자

세상에 나라는 존재는 하나다.  "남을 배려하면서 먼저 생각해라" 라고 학교에서나 부모님께서 가르치셨다. 그래서 나는 손해 보거나 속상해도 그냥 지나쳤다. 혹시 내가 말하면 나를 싫어하거나 실망을 할까 봐 더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착한 콤플렉스를 가졌던가? 그 틀을 깨고 나면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닌데 두려움에 갇혀 있었고 사실 그게 편안 건 사실이다. 이렇게 저렇게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도 귀찮고 그때는 싫었다. 나는 조용하고 착한 아이로 남고 싶었던 것 같다. 남의 눈에 띄는 것보다 내 할 일 조용히 하는 그런 사람으로 비취어졌다. 그 안을 벗어날려는 용기도 없었다.


전화 상담을 한 어머니께서 우리 센터에 오셨다. 중1 남자아이를 상담하다 보니 그 아이의 논술 수업에 대한 걱정보다는 어머니는 중3 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셨다. 밝은 엄마의 표정이 어두워지면서 큰애가 하교를 할 때 친구가 멀리 가고 있는데 말하지도 못하고 마음속으로 속상했다고 한다. 보통 아이였다면 “ OO야! 천천히 가. 같이 가!  기다려줘” 그렇게 말할 텐데. 그 아이는 그렇게 하지 못해서 속상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한 남자아이가 자기를 자꾸 쳐다본다고 한다. 그 여자아이는 그게 좀 싫었던 것 같다. 순간 그 아이의 안경을 잡아서 부러뜨리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그 남자아이에게 물어보니 “OO 쳐다봤니?”물어보니 “아니요”라고 대답을 했다고 한다. 남자아이 무척 당황스럽고 마음이 좋지 않을 것 같다. 그럼 OO는 왜 그렇게 생각하고 상상을 하게 된 건가? 마음을 들여다 보기는 어렵지만 심적인 부분이 작용할 거라 조심스레 짐작을 해본다. 어머니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내가 이 아이를 잡아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를 손에 놓고 아이의 문제는 논술이 아니었다. 엄마가 얼마나 힘드시고 답답했으면 처음 보는 나에게 이렇게 솔직히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을 전했다. 엄마는 “OO가 여기 와서 선생님과 수업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나는 그림책으로 우선 아이와 수업을 해보겠다고 아이의 마음을 꺼내고 마음의 치유가 필요하다고 말씀을 드렸다.


첫 수업하는 날 살짝 걱정이 되었다. 그림책을 읽고 말을 하지 않고 어두운 표정이면 어쩌지? 하지만 나의 걱정은 빗나갔다. 아이의 모습은 흰 피부에 밝은 미소 천사였다. 마른 체질에 흰색 티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왔다. 이마에 여드름이 살짝 있고 중 단발머리에 앞머리가 살짝 길어서 중간에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해놓는다. 비비크림만 바르고 순둥이 중학생의 모습이었다. 


독서멘토링에서 토론 수업을 했던 <곰씨의 의자>로 아이와 책을 부분으로 나누어서 낭독 독서를 했다. 작고 귀여운 목소리로 읽어가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내가 곰씨라면 어떻게 했을까?”라고 질문은 던졌다. “OO는 조심스럽게 오지 말라고 말한다고 한다.” “왜” 화내면서 말할 수도 있잖아“라면 안 될까? 물아 보니. ”토끼가 상처를 받을까 봐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말을 했다.

“친구, 부모님의 관계”에서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말을 하기 전에 이 말을 하면 친구나 상처받진 않을지 먼저 생각하고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야무진 OO이다. ”와~ 훌륭한 대답이라고 칭찬을 해주었다.

"평소 홀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시간과 친구들과 어울려서 노는 것을 더 좋아는 편이니?"

"강아지와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어떨 때는 친한 언니와 밖에 나가 노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예요"라고 말한다.


질문을 하면 생각은 깊게 하고 자기 생각을 잘 하는 편이다. 목소리가 작지만 대답을 하는 건 수업 진행하는데 재미가 있다. 좋아하는 네일, 피부에 관한 진로도 생각해 보고 함께 책을 보고 토론하고 글을 쓰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한 시간 수업을 한 시간 반 이상 했는데 OO 즐거운 수업이었다고 하니 나 또한 즐거웠다.


아이를 집까지 걸어가면 OO는 또래 아이들이 공차기 하는 걸 보는데 부끄러운지 빠른 걸음으로 나가고 좀 의식하면서 걷게 되었다. 사춘기이기도 나를 드러내고 싶지 않기도 하고 나는 모르는 척하고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렸다.


나는 OO의 모습이 내 모습 같았다. 그리고 어릴 적 그렇게 나도 자라온 면이 있다. 내 말을 하기보다는 들어주는 쪽이었다. 세상 살아가는데 내 목소리를 내야 할 때가 있고 경청해 주어야 할 때도 많다.

00야!  세상에서 하나고 너의 꿈을 찾고 펼치렴!! 선생님이 도와줄게!  힘내고 우리 앞으로 잘 지내보자^^  너를 응원해!! 기죽지 말고 당당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00가 되길 기도할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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