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게 흐르는 아이

보이지 않는 결함이라 불렸던 나의 리듬

by 비단결의 속도

세상은 빠르다고 말했지만, 나는 내 속도를 감추며 살아야 했다.
이제야 안다. 느리게 산다는 건 멈춰 있는 게 아니라, 다르게 흐르는 일이라는 걸.

나는 늘 조금 느린 아이였다.
말보다 생각이 먼저였고, 생각보다 말이 늦게 도착했다.
“자폐가 아닐까?”라는 말을 들은 뒤부터,
나는 내 속도를 감추며 살았다.
말을 삼켰고, 내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머릿속에는 의견이 넘쳤지만 입 밖으로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조별과제를 하면 늘 듣는 쪽이었고,
내가 하려던 말을 다른 친구가 대신 말하는 걸 들으며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 “그래, 역시 나는 느리다.”



체육시간은 더 힘들었다.
설명을 들어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
몸보다 머리로 배우고 싶었지만 그게 잘 되지 않았다.
춤 동작은 익히지 못했고,
간호학과 실습에서도 그 느림이 문제였다.

공부는 조금 달랐다.
내신은 괜찮았지만, 수능 국어만큼은 아무리 해도 풀리지 않았다.
문제를 읽는 동안 문장이 머리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토익을 들어도, 강의를 봐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게 단지 영어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간호사로 일하며 적응하려 했지만
일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서 따라가기 어려웠다.
사람들은 나의 느림을 답답해했고,
나는 그 속도에 지쳐갔다.

우울증 진단을 받고, ADHD 약을 먹었다.
처음엔 조금 나아졌지만 점점 예민해지고 피로해졌다.
그때까지도 나는 몰랐다.
내가 가진 것이 ‘전형적인 ADHD’가 아니라는 걸.

그리고 어느 날,
‘SCT’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다.
그건 병명이 아니라, 나의 리듬을 설명해주는 또 하나의 언어였다.
사람들 속에서 쉽게 사라지던 이유,
생각은 있지만 말이 늦게 떠올랐던 이유,
그 모든 것이 처음으로 설명되었다.

나는 게으른 사람이 아니다.
단지 조금 느린 사람일 뿐이다.
이제는 그 느림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려 한다.
빠른 세상 속에서도 나의 속도를 지켜가며,
비단결처럼 조용하지만 분명한 결로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