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공명, 나를 힘들게 했던 나의 능력
여리다는 말로는 다 담기지 않는,
섬세함이라는 이름의 힘이었다는 걸.
이제는 그 힘으로,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 한다.
나는 내가 감정공명이 잘 되는 사람인 줄 몰랐다.
남의 감정이 내 몸으로 들어오듯 느껴지고,
같은 공간의 공기만으로도 마음이 무거워지는 걸 이상하게 여겼다.
그래서 늘 피로했고,
나에게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안다.
그건 나의 결함이 아니라,
세상의 미세한 결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는 걸.
여리다는 말로는 다 담기지 않는,
섬세함이라는 이름의 힘이었다는 걸.
나는 느리지만, 남보다 오래 머문다.
그만큼 더 깊이 보고, 더 진하게 느낀다.
그게 나를 힘들게도 했지만,
동시에 나를 사람답게 만든 힘이었다.
이제는 그 힘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주든 MBTI든 어떤 언어든,
나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찾는 일은
믿음이 아니라 회복이었다.
나는 그동안 내 단점만 알고 살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나는 남의 마음을 잘 품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그게 나의 장점이라는 걸 알게 되어
참 기뻤다.
그리고 요즘은 생각한다.
이런 섬세함과 느림,
감정의 결을 세밀하게 느끼는 이 능력으로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 한다.
남들이 스쳐 지나가는 색과 소리,
감정의 떨림 하나에도 의미를 발견하는 나의 방식이
언젠가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될지도 모르니까.
나를 알게 되면,
남을 용서하는 게 아니라
나를 덜 미워하게 된다.
그게 시작이었다.
여리고 섬세하다는 건,
쉽게 상처받는다는 뜻이 아니라
세상의 진동을 가장 먼저 느끼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나는 그 진동으로,
오늘도 누군가의 마음을 다독이며 살아간다.
그게 나의 비단결의 속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