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듯, 완전히 다른 두 마음의 리듬

ADHD와 SCT의 사이에서 알게 된 나

by 비단결의 속도

중학교 때부터 가장 가까이 있었던 친구가 있습니다.
성격도, 마음이 움직이는 속도도 서로 달랐지만
이상하게도 그 다름이 우리 사이를 더 오래 붙잡아 주었습니다.
그 친구와 함께한 시간들은 결국, 제 마음의 구조를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거울이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늘 빨랐습니다.
말도 빠르고 행동도 빠르고, 감정도 휙 지나갔습니다.
약속 시간은 매번 지키지 못했고, 저는 한참을 기다리는 날이 많았습니다.
핸드폰, 지갑, 도시락가방 같은 물건은 늘 분실했고
지하철 분실물 사이트를 들여다보는 것이 일상이 될 만큼 정신없이 움직이는 사람이었습니다.
가만히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고, 늘 새로운 자극을 찾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데 그 옆에 있는 저는 정반대였습니다.
차분했고, 조용했고,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고,
말로 들은 설명은 금방 사라져버려 종종 이해를 못했습니다.
대신 글이나 책은 오래 기억에 남아서, 학습도 문자 기반이 더 잘 맞았습니다.

저는 이런 제 모습을
“내가 부족해서 그렇겠지”
“성격이 느려서 그렇겠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친구는 너무 빠르고 저는 너무 느리니까, 그냥 기질 차이라고만 여겼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저는 그 친구를 보며 깨달았습니다.
“아, 얘는 정말 ADHD다.”
그리고 그제야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뭐지?”

친구는 약점도 많았지만, 그만큼 강점도 분명했습니다.
새로운 정보를 빠르게 발견했고,
제가 헤매는 부분을 순식간에 해결했습니다.
반대로 친구가 힘들어하는 부분은 제가 차분하게 도와주곤 했습니다.
우리는 서로 부족한 걸 반씩 채워주는 사람들처럼 자라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SCT’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제야 제 퍼즐이 맞춰졌습니다.

친구는 ADHD였고, 저는 SCT였습니다.
겉으로 보면 비슷해 보이는 순간도 있었지만
두 마음의 속도는 구조부터 완전히 달랐습니다.
친구는 ‘스트리밍’처럼 흐르고,
저는 ‘프레임’처럼 하나씩 처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둘의 차이를 글로 쓰고 싶었습니다.
ADHD라고만 알고 지내던 분들이 사실은 SCT일 수도 있고,
느린 마음이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전혀 다른 구조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면서요.

오랜 친구와의 관계를 돌아보면
결국 저는 한 가지를 배웠습니다.

관계란, 서로의 속도를 이해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이 깨달음은 이후의 관계들—
제가 겪은 이별의 이야기와,
지금 새로운 인연에게서 배우고 있는 마음까지—
모두를 바라보는 중요한 출발점이 되어주었습니다.